▲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첫 수혜자가 대한항공으로 발표난 가운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시름은 깊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안기금 시동… 대한항공 ‘지원’·LCC ‘제외’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제6차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를 열고 항공업에 대한 자금지원 방향 등을 논의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4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말한다. 

그 결과 대한항공에는 하반기에 필요한 1조원 수준의 필요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기업의 구체적인 자금수요와 필요시기 등에 대해선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추후 대한항공이 자금신청시 세부 지원조건을 심의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판단이 유보됐고, LCC들은 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심의회는 LCC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약 4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는데다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M&A, 증자 등 자구노력과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135조원+α)을 통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향후 기존 지원 프로그램, LCC의 추가적인 자금상황 등을 지켜보며 필요 시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면서 LCC들의 분위기는 참담하다. 그간 LCC들은 기안기금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촉각을 기울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재앙수준인 만큼 유동성 확보가 절실해서다. 

앞서 정부가 기안기금 지원 조건을 총 차입금 5000억원·근로자 수 300인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LCC들은 제외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LCC 추가 지원을 두고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예외조항에 포함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사실상 LCC들의 경우 정부 지원 외에는 특별히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출범 한 달여 만의 본격 가동을 알린 기안기금에 LCC는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 LCC 관계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며 “현재 까지 지원했다는 4000억원은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도 “기안기금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데 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정부가 다른 지원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없다”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버티지 못하는 회사가 나올 텐데 결국 정부가 이번을 계기로 항공업에 구조조정 메스를 들겠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털어놨다. 

▲ 지난해 대비 여행객이 90% 줄어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LCC 읍소에도 지원책 안보여… “자금 지원 절실”

현재 정부가 코로나19로 악화된 국내 항공업계에 투입한 금액은 모두 3조2000억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했고, LCC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 국내 LCC 6곳 가운데 제주항공과의 M&A를 앞둔 이스타항공을 제외하면, 5곳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는 말이다. 균등하게 지원금이 돌아갔다고 가정할 경우 1곳당 600억원 수준이다. 

셧다운 상태에도 매달 LCC 400억~500억원, FSC 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나가는 것을 감안할 경우 겨우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금액에 불과하다. 이 조차도 아직 완전하게 다 지원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LCC가 기안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다른 지원방안을 내놓겠다고 여러차례 거론해왔다. 지난 5월 2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틀 안에서 기업 실정에 맞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신용보증기금이 운영 중인 회사채 보증 발행(P-CBO)이나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기구(SPV)를 통한 지원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화된 방안은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대기업만 살린다는 ‘대마불사’ 비판도 나오고 있다. 

LCC는 사실상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화물 사업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풀서비스캐리어(FSC) 항공사와 달리 여객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관광 위주인 단거리 위주 국제선이 대부분이라 실적 회복이 어렵다. 최근에는 경쟁적으로 국내선 신규 노선을 취항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LCC들의 2분기 큰폭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제주항공은 857억원의 영업적자를,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610억원과 522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LCC 관계자는 “큰 곳을 살린다는 정부의 방침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LCC들은 정말 더 이상은 설 곳이 없다. 예상지 못했던 재앙에 휴직 등으로 자구안을 내놓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데 기안기금이 아니더라도 다른 자금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