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엔씨소프트가 7월 기업공개 20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엔씨소프트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기업 설립 약 3년만인 2000년 코스닥에 입성, 2003년엔 한국증권거래소로 이전해 국내 대표 게임 대장주로 자리를 지켜왔으며 최근엔 국내 상장 게임사 최초로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동안 변함없이 엔씨소프트를 이끈 건 회사 창업자이자 현재까지도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택진 대표다. 각종 유명세에 ‘택진이형’으로도 불리는 김 대표는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얼마나 많은 과실을 나눠 가졌을까? 지난 20년 간의 주요 소득인 보수, 배당금, 주식 매도 차익 등을 추적해본 결과 김 대표는 보유 주식 가치를 제외한 현금 수익 만으로 약 9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M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택진이형’은 20년 전 이미 부자였다

최근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흥행이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택진이형’은 20여년 전부터 이미 부자였다. 

실제로 리니지의 성공 이후 회사가 최초 상장한 2000년 그가 받은 배당금은 5억6817만원이다. 배당금은 주주에게 기업의 이익을 나눠주는 것을 말하는데, 유명 사업가들의 어마어마한 연간 소득은 주로 배당금에서 나온다. 그는 회사 주식 151만5138주(33.67%)를 가진 최대 주주다.

이 시기 김 대표가 받은 정확한 보수는 알 수 없지만, 이사회의 평균 보수액을 감안하면 최소 2억원 이상의 연간 보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종의 ‘월급’인 보수보다는 김 대표가 상장 이후 최초로 주식을 매도한 시점을 주목할 만하다. 김 대표는 2002년 액면가 환산 500만원 어치인 엔씨소프트 주식 1만주를 24억7046만원에 매도하며 첫 번째로 짜릿한 목돈을 손에 쥐었다. 20여년 전 ‘택진이형’의 소득은 이미 일반인 시각으론 상당한 부자 반열에 있던 셈이다.

엔씨소프트가 후속작 ‘리니지2’(2003년)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택진이형’의 부도 덩달아 늘어났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 상장했고 김 대표는 무상증자를 통해 보유 주식을 594만552주(31.56%)까지 대폭 늘렸는데, 이는 훗날 100억원을 웃도는 배당 소득의 기반이 됐다.

리니지 시리즈와 별개로 등장한 ‘아이온’(2008년)마저 연이은 대박을 기록하며 엔씨소프트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덩달아 ‘택진이형’의 ‘배당 파워’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래소 상장 후 첫 배당은 2008년 이루어졌는데, 당시 김 대표가 받은 배당금은 8년전 대비 약 15배 불어난 82억2625만원이었다. 이듬해엔 주식 20만주를 추가 매도, 300억원에 달하는 소득을 얻기도 했다.

한편 승승장구하던 ‘택진이형’은 2011년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를 창단했다. 국내 프로야구 팀의 구단주가 된 것. 이는 청소년 시절 야구선수를 꿈꿨던 김 대표의 개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에 지분 매각 ‘빅딜’…8000억원 현금 확보

김 대표의 현금 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2012년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에 자신의 개인 지분 14.91%(321만8091주)를 매각, 8000억원 가량을 현금화 한 결정이었다. 당시 김 대표가 엑시트(지분을 모두 팔아버리고 경영권을 넘기는 것)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2008년 허민 대표가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한 금액(약 380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엄청난 액수다. 

모바일 시장으로 접어들며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 매출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등장하며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는 다시 껑충 뛰었다. 이를 기반으로 엔씨소프트는 연간 ‘조’단위의 매출을 내고 있다.

‘택진이형’의 보수 또한 몰라보게 커졌다. 2018년 김 대표는 연간 보수로만 138억3600만원을 거두며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다. 같은해 받은 배당금인 158억9940만원을 합치면 2018년에만 약 300억원의 현금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는 성공한 1세대 IT창업자들 사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액수로, 김 대표가 ‘연봉킹’으로 불리는 이유다.

누적: 보수 340~400억원 · 배당 935억원 · 매도 차익 7604억원

지난 20여년 간 김 대표의 누적 현금 수익은 88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의 경우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기 시작한 게 2015년부터이며, 최근 5년 간 벌어들인 누적 보수는 340억원이다. 그 이전 시기엔 이사회 평균 보수를 기반으로 추정, 14년 동안 60억원 내외의 금액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누적 배당금은 935억5452만원으로, 올해 배당금을 합치면 누적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매도 차익은 76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주식 매도 수익에 2015년 주식 44만주를 되사들이는 데 사용한 805억2000만원 등을 제외한 수치다.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배당금 수령액 추이. 출처=dart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보수 추이. 출처=dart

각종 세금을 반영하면 실제로 김 대표가 손에 쥔 현금은 이보다 좀더 적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엔씨소프트의 성공을 이끌며 수천억원의 소득을 올린 자수성가 사업가라는 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현금 소득외에 김 대표의 지분 가치는 현재 2조3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 2000년 코스닥 상장 당시 김 대표가 가진 지분 가치는 1187억8681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