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포털에서 출발해 중앙 집중형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는 네이버가 금융과 이커머스 판을 흔들고 있다. 업계 전반에 신선한 흐름을 불어 넣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기존 플레이어의 견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선이 집중된다.

▲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마이데이터 신경전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네이버 파이낸셜의 전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기존 금융권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을 연 가운데 네이버 및 토스와 같은 ICT 기업과 기존 금융권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네이버 파이낸셜의 전략은 네이버 전체의 로드맵인 '연결'이 핵심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총괄은 "변화의 시작은 나의 금융 정보와 연결성"이라면서 사용자의 정보가 금융과 만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면 편리한 사용자 경험이 완성될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의 플랫폼에 한 번의 정보를 입력한 상태에서, 해당 플랫폼이 금융을 매개로 전체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기존 금융권 사각지대에 놓인 세대를 적극적으로 포옹해 마디데이터 사업을 매개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존 금융권은 ICT 기업의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와 같은 ICT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의 '위'에서 활동하며 기존 금융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ICT 기업, 즉 핀테크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패러다임을 내세우며 규제 등의 이유로 운신의 폭이 제한된 금융권들을 압도한다는 불안감이 깔렸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스스로의 변화를 강제당한 것에 이어, 최근 네이버가 CMA 성격이 강한 네이버통장을 출시하자 강하게 반발하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수시입출금 CMA 통장으로 출시했으며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을 보장한다. 전월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100만원까지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며, 출시를 맞아 8월 31일까지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100만원 내 연 3%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9월 1일부터는 전월 결제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연 3%,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의 수익률이 적용된다. 다만 기존 금융권에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네이버가 CMA 상품을 출시하며 통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비판하는 한편, 네이버가 사실상 네이버통장을 통해 은행업에 본격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네이버통장. 출처=네이버

특히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강력한 플랫폼 전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네이버페이의 월 결제자만 1250만명이며 분기 결제액은 5조원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이 가동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카드업계에도 비슷한 공포가 있다. 가뜩이나 간편결제의 등장으로 카드업계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8개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월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54조551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9% 감소했으나 온라인 간편결제 사용액은 21%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 기업들의 소액 후불결제 시스템 한도가 클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카드업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 금융권 전체가 ICT 핀테크 기업의 성장세에 내적 불안감을 키우는 가운데,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동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윤진수 KB국민은행 전무는 네이버의 금융 돌풍이 아무런 규제를 받고있지 않음을 비판하는 한편, 전통 금융회사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고객 리스크에 대한 핀테크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 출처=갈무리

이커머스, 이미 평정?
네이버의 이커머스 전략은 이미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오픈마켓 중심의 플레이어에 이어 페이스북 등 SNS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네이버의 로드맵은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강점은 확보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미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활동하며 이커머스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모바일 홈화면 개편, 인플루언서 등 셀럽 마케팅 활용 등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는 한편 네이버페이와 같은 금융 플랫폼과의 시너지 창출 작업도 마무리 수순이다.

스마트스토어 이용자들을 풀필먼트에 이입시키는 전략도 가동되고 있다. 연결에 방점을 찍은 상태에서 CJ대한통운과의 만남을 끌어낸 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4월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의 상품을 고객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하면 기존보다 훨씬 늦은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허브터미널 외에도 전국 170여개의 지역 터미널까지 자동화를 완료, 택배 전 과정 자동분류를 구현해 택배기사의 배송출발이 이르면 오전 10시 정도로 빠르다. 늦어도 24시간 내 대부분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곤지암 메가허브는 3개 층의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고 있어 확장성이 풍부해 입점업체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인한 물량급증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풀필먼트와 만나며 ‘배송 경쟁력 강화’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순간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만나며 부족한 인프라로 여겨지던 배송 경쟁력까지 '연결'을 전제로 일부 체화한 상태에서 최근에는 스마트 주문 정산을 파격적으로 앞당기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판매자와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화하며 이커머스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오픈마켓으로 활동하며 이커머스 전반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다.

심지어 네이버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 강력한 ICT 기술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웹툰 및 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보험업계에 최초로 진출한 NBP라는 클라우드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심지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통한 초기단계의 구독경제 실험도 나서는 중이다. 현 상황에서 이커머스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의 방식과 가장 유사한 한국 기업인 이유다.

▲ 출처=갈무리

긍정적 효과?
네이버가 금융 및 이커머스 전체의 판을 흔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경우 기존 금융권의 불만도 일정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기존 금융권 입장에서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적고, 무엇보다 핀테크 기업들의 존재감이 아무런 규제없이 발휘되는 장면은 우려스럽다. 그러나 시장을 혁신하고 판을 더욱 키우려면 ICT 기반의 퀀텀점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ICT 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국내 은행들의 고객을 대하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달라진 것처럼, 의미있는 진화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마이데이터는 금융데이터에만 방점이 찍혔고,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들이 국내에 진출하는 초유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이커머스의 경우에도 네이버 등 기존 핀테크 기업의 참전에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이커머스는 SNS와의 결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등 의미있는 변화의 스펙트럼이 두터운 편이다.

당초 이커머스의 시발점 중 하나인 소셜커머스는 SNS를 기반으로 하는 핫딜 방식을 전개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사라지거나 쿠팡처럼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인스타그램 등 시각 SNS를 중심으로 셀럽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부각되며 SNS 기반의 이커머스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이 샵스를 출시해 다시 소셜커머스 당시의 SNS에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이커머스 방법론을 추구하고 있다.

결국 전통적인 오픈마켓 입장에서 네이버와 같은 방식의 이커머스도 변화의 흐름이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적용하기도 전 SNS 기반 이커머스의 의미있는 재림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등 시장은 말 그대로 광속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관점을 기존 오프라인 유통거인들에 놓고 보면 이러한 광속변신은 소위 '말도 않되는 혁신의 연속'이다. 그 변화와 프레임의 변신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시장 전체의 발전으로 수렴하려면, 지나친 견제보다는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도록 하면서 유리한 점을 세밀하게 잡아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