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이 중국의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에 이어 보안 장비 업체 뉴텍을 표적으로 삼았다. 앞서 화웨이와 하이크비전 등 중국 기업들에 규제를 취한 것과 비슷하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에서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압박이 점차 강화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의 문건을 인용,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그리스·헝가리·이탈리아·포르투갈·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에 뉴텍 배제에 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뉴텍은 공항과 항만 등에서 국경을 건너는 화물 및 승객을 검색하는 데 쓰는 장비를 만드는 업체로, 미국은 뉴텍의 장비들로 수집된 화물 목록이나 여권과 지문 등의 개인·생체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 당국은 뉴텍이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이 2000년대 대부분을 뉴텍의 경영진으로 지냈다는 사실과 지난해 중국의 국영 원자력 발전 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가 뉴텍 모회사의 최대 주주가 된 점 또한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텍 측은 미 당국의 의심에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를 보관하지도,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있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이미 2014년 공항에서의 뉴텍 장비 사용을 금했다. 하지만 미국의 뉴텍 배제 전선 동참 압박이 유럽에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의 문건에 따르면, 뉴텍은 현재 유럽 12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다. 유럽의 보안 검색 장비 시장에서 해상의 경우 90%, 공항 관련해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텍스의 이처럼 공격적인 사세 확장은 미국 OIS시스템과 영국 스미스디텍션 등 경쟁 업체들보다 25%에서 50% 가량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미국과 함께 속한 핀란드도 미국의 반대를 무릎쓰고,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에 설치할 화물 검색대의 업체로 뉴텍을 골랐다. 뉴텍은 당시 핀란드 당국이 제시한 낮은 가격에 입찰한 유일한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당국은 뉴텍을 거부할 만한 보안 상 의심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럽 내에서도 뉴텍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나온다. 유럽위원회의 독일 측 위원인 악셀 포스는 지난해 12월 뉴텍의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두고 "상업적이기보다 유럽연합(EU)의 인프라를 통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라고 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