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5G로 뭘 할 수 있나”라는 불만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다. 5G 가입자 증가세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으며 5G SA 및 밀리미터파 영역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며 맹탕 5G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다시 5G 콘텐츠 투자 부족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커지고 있다.

통신3사가 ‘킬러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현재 5G 가입자 증가 추이는 전용 콘텐츠가 아닌 신형 스마트폰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통신사 LG유플러스의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는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은 익숙치 않은 AR·VR 대중화를 위해 고객들에게 친숙한 공연·뮤지컬·웹드라마·애니·매거진 등 요소를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소비자용 AR 글라스 출시도 예고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실감형 콘텐츠를 5G 킬러 콘텐츠로 낙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콘텐츠 개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액션플랜도 가동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AR·VR 등 5G 콘텐츠 제작·수급을 포함한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5년간 2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 간 관련 분야에 집행한 연 평균 투자액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 엔리얼 라이트 제품 모습. 출처=엔리얼 홈페이지 갈무리

두둑한 실탄이 눈길을 끄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3분기 출시하는 AR글라스에 시선이 집중된다. 통신3사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AR·VR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소비자용 AR글라스를 선보이는 건 LG유플러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파트너는 중국 스타트업 엔리얼이 개발한 ‘엔리얼 라이트’다. 이미 글로벌 유수의 박람회인 CES, MWC, AWE 등에서 눈도장을 찍은 바 있어 기대감이 크다. 

특히 실감형 콘텐츠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번거로움·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기존 제품 대비 경량화를 이루었고, 기존의 앱을 연동할 수 있는 점이 핵심이다. 유튜브, 메신저 등을 AR글라스의 최대 100인치 화면상에서 즐길 수 있는 점이 단적인 사례다. AR만의 낯선 플랫폼으로 소비자를 끌어오지 않고 소비자가 이미 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물론 취약한 배터리 인프라 등 약점도 많지만, LG유플러스의 엔리얼 라이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다. 

홈쇼핑과의 AR 기술 협업도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GS홈쇼핑과 손잡고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국내 과수농가의 농산물과 중소기업 상품에 대해 AR 기술을 적용한다. GS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사과, 신발, 믹서기 등 해당 상품은 U+AR쇼핑 앱을 통해 실제 3D AR 제품 이미지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중소기업들의 잡화, 의류 등 AR 적용분야를 확대하고 홈쇼핑 제휴사도 늘릴 계획이다. 

U+AR쇼핑 또한 모든 통신사 고객이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3D AR 서비스는 언택트 소비 문화와 맞물리며 특수를 누렸다. 지난달 이용자 수는 지난 1월 대비 4배 급증했고 실제 구매로 이어진 건수도 연초 대비 750% 폭증했다.

손민선 LG유플러스 클라우드서비스담당 상무는 "홈쇼핑과 다양한 협력을 통해 기존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쇼핑 서비스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하반기 AR스튜디오를 개관, 실감형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서초동에 U+AR스튜디오를 오픈한 데 이어 두 번째 스튜디오 개관이다. 회사는 두 번째 스튜디오 개관 및 콘텐츠 확보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반기 제2 AR 스튜디오를 오픈할 계획이다”면서 “개관 장소는 아직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울 마곡사옥의 5G서비스그룹장 김준형 상무(오른쪽), ARVR서비스담당 최윤호 상무와 대만 타이페이에 있는 청화텔레콤 명시천 모바일사업단장이 원격 화상회의를 열어 5G 수출 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U+AR이 국내에서 활약하는 사이 U+VR은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대만 최대 통신사 청화텔레콤과 5G VR 콘텐츠 수출을 맺고 U+VR의 K팝 중심 VR 콘텐츠 180여편과 멀티뷰 등 5G 기술을 공급하기로 했다. U+VR는 3D 입체, 4K UHD 화질로 K팝 공연, 게임, 만화, 라이브 스포츠, 영화, 여행 등 1500여 개 이상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5G 플랫폼이다.

LG유플러스의 5G 수출은 지난해 10월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올해 홍콩텔레콤, 일본 KDDI에 이어 4번째로, 현재까지 5G 콘텐츠 수출액은 1000만달러(한화 약 120억)에 달한다. 이는 내수가 주를 이루는 통신 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이다. 최근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인 통신사가 CP(콘텐츠제공자)의 역할까지 넘보고 있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CP로서 해외 성과를 거둔 양상이다.

선순환 생태계 만들어질까

LG유플러스는 5G 콘텐츠에 집중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강하게 틀어쥐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 및 엔비디아 등 다양한 해외 파트너들과의 합종연횡도 시도하고 있으며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힘있는 행보도 이어가는 중이다.

5G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5G 가입자 증가, 5G SA 및 밀리미터파 등 다양한 가능성 타진, 통신사의 공격적인 투자, 콘텐츠 강화에 따라 다시 이어지는 5G 가입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가 필수다. 여기서 고객이 생태계에 진입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는 콘텐츠며, LG유플러스는 이 지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