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맥에 인텔칩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ARM 기반의 자체 칩을 맥에 넣겠다는 선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련된 전망은 나온 바 있으나 실제 발표된 적은 처음이다.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자체 생태계 강화에 더 집중할 전망이다.

▲ 출처=갈무리

"인텔, 안녕"
애플은 22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말부터 출시되는 맥에 자체 설계한 칩을 넣는다고 발표했다. ARM 기반의 맥 제작이 현실이 된 셈이다. 관련 DTK(개발자 전환 킷)은 며칠 내 출시될 전망이다.

예견된 일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ARM 기반의 맥 컴퓨터용 전용 칩 3종을 개발하고 있다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이 자체 칩을 설계해 맥 등에 탑재하면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한편 양산 일정을 짜기도 용이하다. 마지팬을 통해 스마트 기기와 기존 전자기기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두 곳 모두 경쟁력을 강화하는 로드맵이 가동된 셈이다.

인텔에서 조달하던 칩을 자체 칩으로 돌리면 관련 비용도 약 50%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인텔의 수급 물량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며 안정적인 맥 컴퓨터의 시장 공급도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맥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신모델을 적시에 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맥에 자사 칩을 탑재할 경우 물량 조절에 있어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 2006년부터 맥 컴퓨터에 인텔의 칩을 탑재했으며 2007년부터는 모든 물량에 인텔칩을 넣었다. 그러나 인텔과의 결별을 준비하며 소위 칼라마타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이제 그 결실이 나오는 분위기다.

애플은 인텔과 결별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기색이다. 맥OS 빅서(Big Sur)의 애플리케이션을 ARM용으로 커스터마이징한 장면을 시연하며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잡아낸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 인텔 칩으로 개발된 다양한 앱을 애플의 새로운 칩 환경에 맞출 수 있도록 로제타2도 제공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칩 교체에 따른 일종의 혼란기를 걷어낸다는 뜻이다.

약 2년 후 애플의 모든 라인업에는 인텔이 배제될 전망이다.

한편 애플은 오랫동안 인텔과 협력했으나, 최근 5G 정국에서 다소 그 관계가 소원해졌다. 퀄컴과 특허 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애플 은 5G 아이폰을 빠르게 출시해야 하지만, 문제는 인텔의 5G칩 기술력이 애플이 원하는 만큼 올라오지 못해 벌어졌다. 결국 2019년 4월 퀄컴과 특허 분쟁과 관련해 모든 소송을 중단하고 전격적인 합의를 이룬 애플은 퀄컴과 5G 모뎀칩 계약을 맺어 올해 말 간신히 5G 아이폰을 출시하는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인텔은 애플이 퀄컴과 손을 잡자 5G 모뎀칩 개발을 포기했고, 애플은 해당 인텔의 사업부를 전격 인수한 상태다.

다만 인텔이 애플의 배제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텔 입장에서 애플과의 거래는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한데다, 인텔은 여전히 다양한 B2B 포트폴리오를 가진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다.

▲ 출처=갈무리

애플의 독자 생태계 꿈
애플은 지난 2017년 4월 영국의 이매지네이션과 결별하며 자체 GPU 제작에 나서는 등 최근 독자 생태계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맥에 인텔을 배제하는 전략은 그 자체로 애플의 '자체 생태계 욕망'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에서 iOS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핵심 기술력 확보를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