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S는 소프트웨어 개발서비스로 유명한 인도 IT기업이다. 인도 최대 기업집단 ‘타타’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이 IT기업이 최근 전 직원의 75%를 재택근무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다. 무려 90% 재택근무 체제로 간다고 선언한 인도 IT자이언트도 있다.

팬데믹 경영악화로 인도 IT산업이 붕괴되는 것인가? 아니다. 인도 IT산업계에서 코로나19 전국 봉쇄에 대한 상황대응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포스트 팬데믹 기업전략에 반영한 결과이다. 인도 중앙정부가 단행한 락다운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던 기업들이 출퇴근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는데도 오히려 한층 더 강화된 재택근무 시스템을 기업운영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 1회 재택근무를 정례화 한다는 한국 롯데의 포스트 팬데믹 조치가 나온 즈음 더욱 강력한 기업운영 개편 움직임이 SK텔레콤에서 나왔다. 본사 필수인원 외 직원들에게는 집을 중심으로 각자 20분 이내 거리에 사무실을 마련해주는 ‘거점 오피스’ 출퇴근 제도를 실시한다는 파격적 선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는 실험적 조치로 그칠 확률이 높다. SK텔레콤은 사방 거점 마련과 운영 구축에 또 다른 짐을 지는 것은 아닌지 검토했을까? 비용증가 여부를 따져봤을까? 먼 거리 출근을 하지 않겠지만 거점 오피스로 이동하려면 여전히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거점 오피스에서 과거보다 열악한 환경으로 곤란한 점들이 돌출되어 이러한 정책이 중도 포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도 기업과 한국 기업의 전일 재택근무 등 포스트 팬데믹의 개혁조치를 비교해보면 근본적으로 다른 하나가 있다. 실용성 여부이다. 주 1회 재택근무나 거점 오피스 운영에서 기업이 당장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를 물으면 한국기업은 이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런데 인도 기업은 그 동안 사용하던 엄청난 규모의 사무실 임대계약을 청산하는 조치를 즉각 취하고 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KPIT는 벵갈루루에서 사용하던 3개 빌딩 중 2개를 계약 취소하고 나머지 한 개 빌딩도 전관 임대에서 부분임대로 축소하여 임대비용을 낮췄다. 업무 빌딩이 사라지면서 식당 등 부대시설 축소와 인원감축 등에서 오는 고정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났다. 인도 IT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비용 견적에서 고정 인프라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 정도인데 여기서의 대폭 절감은 경쟁력 제고와 직접 관계된다.

굵직한 비용절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인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하루 다섯 번 정도 마시는 짜이(Chai. 밀크티)에 들어가는 회사비용이 재택근무 전환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짜이 마시러 이동하는 시간 손실도 줄었다.

교통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인도 도시 외곽 주택지에서 시내에 있는 회사로 매일 한두 시간 무더위 속에서 이동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런 출근길 지옥을 겪으면서 회사에 오니 근무효율이 높을 리 없다. 재택근무에도 여러 단점들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 효과적 인적자원 관리 등의 장점을 찾아낸 인도 IT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대한 고객(원청기업, 발주기업)의 불안감을 부식시킬 수 있는 계기로 이번 팬데믹을 활용한 셈이다.

절대인원의 재택근무 발령, 프로젝트 참여여부 차등 급여지급 등으로 인건비의 매출연계 달성 그리고 고정 인프라 축소 등으로 이룬 비용절감으로 팬데믹이란 위기를 오히려 경쟁력 강화라는 기회로 뒤집은 인도 IT산업은 주가드(Jugaad)식 임기변통 경영이 아닌 진정한 경영개혁을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