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의 공급선 다변화를 꾀하면서 다소 소원해진 듯했던 파나소닉과의 동맹을 다시 한번 돈독하게 다졌다. 이에 따라, 테슬라를 사이에 두고 파나소닉과 납품 경쟁 관계에 있는 LG화학의 입지를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엘렉트렉 등 외신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새로운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1'에 투입할 리튬 이온 배터리 셀의 제조 및 공급을 위해서다.

이미 예고된 일이다. 

앞서 파나소닉은 지난달 18일 테슬라와 네바다 기가팩토리의 증설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합작인 네바다 기가팩토리는 비약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단숨에 세계 최대 리튬 이온 배터리 공장으로 떠올랐다. 초기 파나소닉은 해당 공장의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을 35기가와트시(GWh)로 확대하기 위해 16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양사의 협력이 여전한 가운데 그 연결고리도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에는 돈독했던 양사의 관계가 예전만큼 밀접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양사가 윈윈효과로 각각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등 마주 웃던 호시절도 있었으나, '독점적' 제휴가 깨지면서 관계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테슬라는 파나소닉의 배터리 셀을 '모델 3'에 한정하겠다고 공언, 이를 기점으로 LG화학·CATL 등 다른 배터리 업체들과도 협약을 맺고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등 파나소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파나소닉은 업계 2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지난 16일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및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LG화학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LG화학이 긴장할 차례가 됐다. '테슬라 버프'에 힘입어 한창 강세를 띄던 LG화학으로서는 파나소닉의 귀환으로 먹거리가 줄어든 셈이다. 무엇보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관계가 여전히 튼튼한 가운데 시장의 분위기가 다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근소한 격차로 업계 1·2위를 다투는 두 업체의 왕좌 쟁탈전은 이를 계기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방어전에 나선 LG화학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편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도 불구, 이례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테슬라 전기차의 수요 급증이 파나소닉에게 호재로 돌아간 것이다. 쾌속의 신산업에서 '3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양사는 현 주력 모델은 물론 차세대 청사진까지 함께 그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