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3자로 구성된 주주연합(3자연합)이 한진그룹에 대한 공세에 다시 돌입했다. 한진칼의 자금조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과 관련 불필요한 분쟁 중단과 경영 안정화 추진을 요구하고 있어 조원태 회장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자연합, 반격 시작?… “BW발행, 경영권 방어 수단”

18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3자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칼이 발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은 조원태 대표이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실상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며 “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특정주주의 이익을 위한 가치훼손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BW발행 결정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W는 원리금을 지급하는 회사채와 더불어 회사 주식을 사들일 권리를 지닌 신주인수권을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사채다. 발행 시 부채비율을 늘려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기업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3자연합은 “발행 예정 사채의 만기 수익률이 높은 데 반해 신주인수권의 행사가액 조정 하한선이 70%까지로 낮다. 처음 12개월 동안은 매 1개월마다 행사가액 조정이 가능하고,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시장 평가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투자자에게 현저하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진칼 경영진은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분리형 BW를 취득하도록 사전 어레인지해 둔 후 그 중 신주인수권증권을 오너일가나 우호세력에 분리매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BW발행 과정에서 위법 여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발견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3자연합이 올 3월 말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완패를 기록한 뒤 공식 보도자료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W발행으로 조원태 회장측이 신주인수권을 인수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반격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진칼은 지난 1일 이사회를 통해 3000억원 규모 BW 발행을 공시한 바 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신규로 발행되는 BW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2022년 7월부터 주식전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모일로부터 한 달 후부터 신주인수권을 매매할 수는 있지만 주식으로 전환하려면 2년 후부터 가능하다. 덕분에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여지는 줄이면서 필요한 자금은 확보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현재 지분율로만 따져보면 조원태 회장은 열세다. 3자연합이 꾸준한 매집으로 조 회장측의 한진칼 지분율을 약 4% 가량 앞서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5.23%다.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분율 50%가 채 5%도 남지 않았다. 

반면, 조원태 회장측은 41.30%에 불과하다. 오너가 및 특별관계자 지분 22.45%, 델타항공14.90%, 대한항공 사우회·자가보험 등 3.78%, 한일시멘트 0.39%, GS칼텍스 0.24%, 경동제약 0.02% 등이다.

경영권 방어 급한데 산은 눈치보랴… 조원태 사면초가

일각에서는 3자연합의 이번 공개 비판이 운신 폭이 좁아진 조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 회장측은 BW발행을 결정한 만큼 이를 대거 사들여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이 산은과 특별약정을 맺은 상황에서 3자연합과 지분율 싸움을 벌이는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위한 특별약정을 맺고 불필요한 분쟁 중단과 경영 안정화 추진을 요구한 상황이다. 특히, 지원된 1조2000억원 외에도 추가로 8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란 프레임은 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날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산업은행 현안과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1조2000억원을 투입하면서 경영권 안정 확약서를 청구했다”며 “지금은 분쟁보다 경영 안정화에 더 힘써야 하기에 우리도 추이를 관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산은 등 채권단이 대한항공 지분 약 10%에 달하는 영구채(3000억원) 인수로 2대주주가 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즉,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등 조 회장의 손발을 묶어 지분확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그룹은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 외에도 한진칼의 송현동 부지 매각 등 문제가 산적해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까지 재점화될 가능성을 보이면서 조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BW발행이 당시에는 최선의 방법이었겠지만 산은과 약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분율 경쟁이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산은은 의도가 없었겠지만 마치 모양새가 KCGI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