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OTT 시장에 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가 만나 탄생한 OTT 웨이브가 주춤하는 가운데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맹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CJ ENM의 티빙이 매섭게 치고 나오며 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눈에 보이는 전략의 이면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프레임 전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임형택 기자

흔들린다, 웨이브
18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이 공개한 OTT 별 월간활성이용자(MAU) 현황에 따르면 웨이브는 5월 기준 393만9338명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범 당시인 지난해 MAU가 9월 432만4205명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웨이브는 지난 4월 첫 달 100원, 추가 2개월 50% 할인 프로모션까지 단행하며 코로나 특수를 노렸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반면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는 5월 기준 MAU가 무려 736만1197명을 기록해 지난해 9월 대비 무려 73.2% 급증했다. 수치로만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OTT 수혜가 모조리 넷플릭스에만 집중된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만 해도 400만명 수준의 MAU를 유지했으나 2월 500만, 3월 6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웨이브가 흔들리는 이유는 다양하게 거론할 수 있다. 먼저 주력 콘텐츠인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 하락이다. 

낮은 직접수신율이 증명하듯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실상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을 상실한 상태에서, 그나마 한류 콘텐츠 붐을 일으키던 지상파 콘텐츠의 화제성이 크게 떨어진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 지상파 드라마 중 올해 방영 기준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낸 작품은 SBS의 ‘낭만닥터 김사부’, ‘하이에나’ 외에는 없다. 스타작가 김은숙이 등판해 화제를 모았던 SBS ‘더 킹: 영원의 군주’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웨이브의 최대 강점인 지상파 콘텐츠의 화제성, 폭발력이 모두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웨이브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콘텐츠 수급 전략이 부진한 점도 있다. 당장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가 웨이브 외 다른 OTT에도 풀리기 시작하며 굳이 웨이브에서만 지상파 콘텐츠를 즐길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로 왓챠를 서비스하는 왓챠플레이는 2018년 MBC와 콘텐츠 수급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올 초 KBS와도 동일한 협력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연애시대'와 '낭만닥터 김사부' 등 SBS 인기 드라마 8편을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물론 지상파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웨이브와 달리 제한적인 콘텐츠 수급이지만, 웨이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왓챠에 별도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장면은 '수급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부서 별 엇박자로도 해석된다.

넷플릭스가 스튜디오 드래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국내 콘텐츠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 스스로의 외연을 불리면서도 자사 플랫폼에 지상파 콘텐츠들을 다수 런칭하는 대목도 웨이브에게는 '이중고'에 해당된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이 탄탄해지며 타격을 받고,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지상파 콘텐츠가 넷플릭스에도 등장하며 희소성을 더욱 크게 상실하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경우 넷플릭스와 달리 일부 영화를 대상으로 과금 시스템을 가동하는 가운데, 이러한 수익화 모델 자체가 웨이브의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나아가 고질적인 UI, UX 문제도 지목된다. 검색 기능을 비롯해 구성 자체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고객이 콘텐츠를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물론 웨이브는 이와 관련된 해결책을 내놨다. 지난 3월 유료회원 영화 확대를 대폭 늘리는 한편 UI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월정액 가입자에게 프리미엄 상품 PLAYY 영화를 추가요금 없이 제공하고 이를 통해 웨이브 이용자들은 기존 제공 영화 1200여 편 대비, 3배 가량 많은 작품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영화 이용 고객들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영화 2700여 편을 제공하고, 4월부터는 3500여편으로 제공영화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B2B 상품 웨이브온 서비스 제공 영화도 종전대비 크게 늘렸다.

관련 메뉴도 깔끔하게 정비했다. 추가비용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은 ‘영화’ 메뉴로 통합 제공하고, 최신작 등 단건 별도구매는 ‘영화 플러스’ 탭으로 구분해 직관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도 웨이브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정면대결은 커녕, 시장 수성도 위협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웨이브에서 국내 OTT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콘텐츠 연합전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출처=웨이브

마냥 흔들리기만 할까
웨이브는 약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다. 많이 흐려지고 있으나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존재하고, 무엇보다 SK텔레콤과의 연결고리는 든든한 우군이다. SK텔레콤 이용자들은 웨이브를 이용할 때 데이터 소비 등에 있어 우대를 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을 바탕으로 그 외 다양한 서비스와도 연결되는 장면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크와의 협업이다. 핀크는 한 때 컨소시엄까지 꾸려 인터넷전문은행을 노렸던 SK텔레콤이 하나은행과 함께 만든 핀테크 플랫폼이며, 웨이브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5월 중 유료이용자들의 사용 금액에 대해 전액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제휴카드를 선보였다. 핀크 앱을 통한 웨이브 회원 모집, 공동구매 기능 제공 등 다양한 콜라보도 진행되어 눈길을 끈다.

▲ 출처=웨이브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전략도 전개된다. 특히 웨이브와 NBC유니버셜의 만남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많다는 분석이다. NBC유니버설은 세계적인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회사 ‘컴캐스트’(Comcast)의 100% 자회사로 TV드라마, 영화, 스포츠 콘텐츠, 뉴스를 제작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사업 매출은 약 340억달러(약 41조3000억원)에 달한다. 웨이브는 NBC유니버셜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동남아 시장에 단계적 접근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통합 MAU 기준 티빙이 웨이브를 눌렀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티빙이 5월 기준 약 394만명을 기록한 상태에서 웨이브는 약 393만명을 기록했으나 이는 오염된 데이터로 보인다. PC와 모바일을 합산하는 통합 MAU는 정확한 시청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C의 경우 콘텐츠를 재생하지만 시청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콘텐츠에 대한 검색도 통합 MAU의 PC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제대로 된 OTT 집중도를 확인하려면 모바일 기준이 타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웨이브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상반기 오리지널 콘텐츠 일정 조율 및 UX 작업을 거치며 제대로 된 콘텐츠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하반기가 되면 상황은 크게 안정될 것"이라 말했다. 웨이브 본연의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경우 국내 토종 OTT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사진=임형택 기자

공룡 넷플릭스의 프레임
현재 OTT 업계에서는 웨이브가 흔들리고 있으며, 티빙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완성되고 있다. 그러나 티빙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웨이브는 보여줄 것이 더 많다. 웨이브의 약점도 선명하지만 강점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상황을 두고 웨이브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프레임 설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흥미로운 대목은 넷플릭스의 절대적인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공룡 프레임'이 완성되는 지점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웨이브의 모체 중 하나인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분쟁을 겪으며 법정 소송 중이다. SK텔레콤 등 통신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며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으니 이에 부합되는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 납부를 압박하는 이들은 '넷플릭스=공룡'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고, 이번 닐슨코리아의 자료도 이러한 프레임에 설득력을 더하는 데이터로 평가된다.

흔들림을 당하는 웨이브, 콘텐츠웨이브의 출범으로 웨이브와는 관계회사로만 남은 SK브로드밴드,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 버티며 SK브로드밴드와 싸우는 넷플릭스에 씌워지는 공룡 프레임,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합작회사 출범을 앞두고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를 원하는 티빙이 얽혀있는 의미심장한 시장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