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6년 3월 22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LG화학 전시관. 출처=LG화학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래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업계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 흐름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견조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6일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판매된 전기차(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하이브리드카(HEV) 등의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이 왕좌를 수성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4월까지 집계한 누적치에서도 1위를 유지한 것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한 단계와 두 단계 뛴 5위와 7위에 올랐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상위 10위권 내 성적으로 선방한 모습이다.

우선 2020년 1~4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총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격감한 26.0GWh로 나타났다. 지난 4월치만 따지면 무려 39.8%가 증발했다는 전언이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이 모두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침체된 탓이다.

이러한 와중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두 업체의 뒤바뀐 형세가 눈에 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면서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LG화학은 코로나19발 위기를 기회로 틈타 배터리 시장의 안방을 꿰찼다. 이는 경쟁사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독점적으로 맺다시피 한 제휴 관계에 끼어드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지난 2월 테슬라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모델3'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독점 공급된 바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위에 그쳤던 LG화학은 '테슬라 버프'를 업고 올해 91.0% 급증한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 즉 시장 지배력을 2배 가까이 키우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반면 파나소닉의 경우, 테슬라에 공급하는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자연스레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도 줄어들었다. 배터리 사용량이 14.9% 하락하면서 파나소닉은 2인자로 밀려났다.

LG화학과 파나소닉은 올해 각각 6.6GWh와 6.0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했고, 1·2위 간 격차는 비교적 크지 않은 편이다. 3위권 밖부터는 배터리 사용량이 1GWh대 또는 그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파나소닉 뿐 아니라 CATL과 BYD 등 중국의 전통적 배터리 '강자'들도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CATL과 BYD는 배터리 사용량 면에서 각각 -30%와 -70%가 넘는 역성장을 보였고, 점유율도 3.7%포인트와 10.1%포인트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비약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삼성SDI는 18.9%, SK이노베이션은 74.3%나 배터리 사용량이 급증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는 35.3%로, 이는 작년 기록한 16.2%의 2배가 넘는다.

국내 업체들의 이 같은 선전에는 이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들의 판매 호조가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르노 조에 ▲테슬라 모델3 ▲아우디 E-트론 EV,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BMW 330e ▲파사트 GTE,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 ▲기아 봉고 1T EV ▲기아 소울 부스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출처=SNE리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