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 시장은 본격적인 공급 축소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이어 1차례 연기된 분양가 상한제의 전면 시행이 다음 달 28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재건축에 비해 사업 추진이 비교적 용이하던 서울 수도권 재개발 역시 오는 9월부터 임대주택 의무 비중이 확대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규제와 청약 열기가 뒤엉킨 서울 수도권 정비사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여름을 맞고 있다.


공급 감소 속 ‘이상 과열’보인 상반기


올해 초 분양 시장에는 공급 악재가 이어졌다. 지난 2월 ‘아파트투유’에서 한국감정원 ‘청약홈’으로 청약 시스템이 이전되면서 서울의 경우 분양 가구가 0을 기록하는 등 ‘분양 절벽’이 나타났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객이 어려워진 사업장이 분양을 순연하기도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의 전국 월별 아파트 분양 물량 중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이 지난해 동월에 비해 공급 세대가 줄었다. 계획된 분양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줄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3월 계획된 전국 분양 물량 중 실제 공급 물량은 계획분의 32%, 4월은 28%였다. 5월에도 당초 계획 물량의 53%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졌다.

한편 당초 계획된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이 3개월 더 연장되면서 일부 사업장도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규제와 공급 감소로 청약 시장의 희소성과 매력이 더욱 부각되면서 분양 시장의 과열도 본격화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청약접수를 받은 130개 아파트 중 경쟁률이 100대 1 이상을 기록한 단지는 16개다. 이중 12개 단지가 수도권 단지로 특히 올해 서울의 경우 분양한 8개 단지 중 절반인 4개 단지가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트리플 악재’ 만난 재건축, 규제지역 확대에 아연실색


재건축 시장은 물론이고 재개발 시장 역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추가 규제가 적용되면서 공급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 재건축 시장이 내달 29일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트리플 악재’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 교수가 지적하는 세 가지 악재는 안전진단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시행, 그리고 초과이익 환수제다. 실제 정부는 지난 17일 안전진단 관리 주체 격상과 안전진단 기관에 대한 제제방안이 담긴 추가 안전진단 강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대책은 2021년 상반기에 추가 시행될 예정이다.  

권대중 교수는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은 사업 착수 자체가 어려워진다. 안전 진단을 통과하더라도 하반기부터 분양가 상한제 등의 본격 시행으로 분양가를 조율해야 한다. 개발이익이 남는다고 판단되면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향후 재건축 사업은 역대 최대로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은 강남·서초구 이외에 저분양가가 유지된 사업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김 단장은 경기와 수도권 일대에 추가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 재건축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조정 지역 등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장들 역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정부가 조정지역 등 추가 규제 지역을 일부 자연보전권역과 접경지역을 제외한 경기 일대로 전면 확대하면서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장들 역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권 교수 역시 “접경지역 이외의 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상향 규제 됐다. 이들 지역이 추가 규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범위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 재개발도 긴장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던 재개발 사업 역시 하반기부터는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공급비율 상한을 높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해당 시행령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기존 서울의 10~15%, 경기와 인천의 5~15%인 임대주택 공급비율 상한이 20%로 상향된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상향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최대 30%까지 그 비중이 올라갈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런 조치가 재개발 사업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져 사업추진이 부진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김구철 단장 역시 이번 임대 주택 비율 상향으로 향후 초기 단계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단장은 “예를 들어 한남3구역의 경우 사업승인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황이라 문제가 없지만 2·4·5구역 등 한남뉴타운의 다른 사업지나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의 경우 사업에 큰 장애가 된다. 앞서 가는 사업장과 후발 사업장의 격차가 커지면 조합 내 갈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짝 밀어내기 후 장기 ‘공급가뭄’ 지속


오는 8월 전매제한 강화조치와 분양가 상한제 등을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공급은 7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권 전매제한 회피를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6~7월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7월까지 건설사들의 분양이 집중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대략 6월에는 8만9018세대, 7월에는 4만5957세대의 분양이 계획됐다”고 언급했다. 서울의 경우 하반기 분양을 앞둔 단지 중 1000세대가 넘는 단지는 민간분양 단지가 10개, 공공분양이 2개 단지다.

다만,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7월까지 밀어내기 분양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례로 하반기 단일 최대 공급 세대인 1만2032세대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의 경우 분양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해당 조합은 지난해 12월초 관리처분 변경인가 총회를 의결했지만 올해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가 보증 신청을 반려하면서 6월까지 분양가 책정을 위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HUG가 3.3㎡당 분양가를 2910만원에서 2978만원으로 소폭 상향했지만 최근 조합 내 내홍까지 불거지면서 사업은 반년 째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7월 이후 공급 축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 요소로 작용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김 단장은 “물량공급 면에서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정비사업 물량이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둔촌주공과 개포주공1단지 등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대규모 분양이 없는 만큼 하반기부터 공급 위축으로 가격이 불안정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하반기 분양을 앞둔 1000세대 이상 규모의 서울 내 12개 단지 중 2000세대를 넘는 단지는 둔촌주공과 개포주공1단지, 장위4구역, 이문1구역,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등 5개 단지에 불과하다.

권대중 교수도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축소로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에게 좋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