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엄광섭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로 LED 보드를 밝힌 모습. 출처=지스트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리튬보다 싸고 구하기 쉬운 나트륨을 바탕으로 하지만, 성능은 기존 전지에 필적하는 배터리가 등장해 화제다. 

주인공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다. 현재 상용화 가능한 단계를 밟으면서 향후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와 제작 비용을 줄여 경제성이 제고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6일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신소재공학부 엄광섭 교수 연구팀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리튬 2차 전지 수준으로 고용량화 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주로 활용해 온 리튬 이온 배터리는 원자재의 지역 편재성과 가격 변동성 등으로 수급 상황이 불안정할 때가 많아, 초대형 에너지 저장 장치를 필요로 하는 전기 자동차나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스템) 등에는 부적합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화학적 성질이 리튬과 비슷한 데다 자원 접근성까지 좋은 나트륨이 대안 중 하나로 부상했으나, 아직 상용화를 위한 과제가 몇 가지 남은 상태다.

나트륨으로 만든 전지는 리튬 배터리에 비해 용량·출력·수명·에너지 변환 효율 등의 성능 면에서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기화학 저항도 배가된다. 이러한 결점들은 이온의 중량에서 기인하는데, 나트륨의 경우 리튬의 3배 이상 무겁다.

엄광섭 교수 연구팀은 불화인산바나듐나트륨 양극재와 주석 인화물 음극재를 결합해 만든 나트륨 배터리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했다. 무게와 성능 모두 기존 리튬 배터리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임 교수 연구팀은 다른 나트륨 배터리 연구 선례들과 달리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극 활물질의 비중을 확대할수록 배터리 저장 용량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저항도 크게 증가하면서 에너지 저장량 및 변환 효율이 역으로 감소할 수 있다. 결국 전극의 두께를 키우되 성능 저하는 제어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우선 연구팀은 불화인산바나듐나트륨 양극재를 수백 나노미터(nm·10억분의 1 미터) 크기로 쪼개 전도성이 높은 그래핀 표면에 균일하게 분포시키는 방법으로 저항 문제를 해소했다. 이 과정에서 전극 두께는 기존 배터리보다 5~10배 두꺼워졌음에도 배터리 성능은 거의 손실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극재로 사용된 주석 인화물의 재료가 배터리 충전 및 방전 시 구조 변화를 일으키면서 배터리의 출력 성능·수명·에너지 변환 효율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엄공섭 교수는 "새로운 고용량·저비용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개발에 있어 기초적인 설계 방법을 제시했고,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전극 두께 증가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첨단 소재 분야의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이달 9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