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20의 절반이 지나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원더키디가 예언했던 디스토파이적 IT 세계는 다행히 현실이 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의 창궐로 예고편 정도는 본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은 멱살을 잡았고 한국과 일본도 상당히 험악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건사고가 벌어지며 벌써부터 '다사다난'한 시간이 흘렀다.

정신없이 세월을 지내고 보니 불현듯 우리의 곁을 떠나간, 혹은 곧 떠나갈 추억의 그들이 생각난다. 세상이 어려우면 추억의 향수에 갇혀 좋았던 과거를 추억하기 위함일까. 한 때 우리의 모든 것이었으나 이제는 아니게 될 그들을 소환해보자.

▲ 출처=윈도우7

#윈도우7(1월 14일 종료)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 10월 22일 윈도우7을 정식 출시한다. 익스플로러8과 함께 나타난 윈도우7은 전작인 윈도우 비스타에 질려버린 이용자들에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고, 그 인기는 윈도우10이 출시되어도 꾸준히 이어졌다. 최신 윈도우10의 점유율이 윈도우7을 넘어선 것은 2019년 1월이 되서야 가능했을 정도로, 윈도우7은 폭발적인 인기를 보여줬다. '윈도우=7'인 시대다.

올해 1월 14일 연장 지원이 종료되며 윈도우7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보안 문제가 컸다. 특히 랜섬웨어 등이 창궐하며 윈도우7 보안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커진 것이 결정타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VCNC 타다 베이직(4월 11일 종료)
쏘카 VCNC의 타다는 비록 그 역사는 짧으나 우리의 삶에 강렬한 추억이 되어준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타다는 2018년 10월 8일 공개됐다. 풀러스와 럭시 등 카풀 플랫폼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절 이재웅 대표의 쏘카가 비트윈을 서비스하던 VCNC를 인수하며 11인승 승합차 플랫폼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박재욱 VCNC 대표는 “플랫폼 서비스를 하며 데이터와 관련된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면서 “모빌리티의 쏘카와 데이터 운영의 VCNC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VCNC는 불친절한 택시 서비스에 질려 카풀이라는 대안을 찾았으나 이 마저도 막힌 사람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특히 승차거부가 기승을 부리던 심야 시간 콜 한 번으로 안락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문제는 제도권의 반격이다. 택시업계의 타다 반대에 치우친 국토교통부 등의 압박이 이어지며 검찰이 타다의 불법성에 집중하면서 기소 사건까지 벌어졌고, 법원이 이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국회에서 다시 불법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타다는 호소문까지 내며 최후의 반격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 4월 11일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여파는 컸다. VCNC는 타다를 독립분할시켜 새로운 라이드 모빌리티 플랫폼을 준비했으나 '없던 일'이 되었고, 쏘카와 VCNC 모두 강력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VCNC는 프리미엄 택시 및 타다 어시스턴트는 예정대로 가동하고 있으나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자리를 잃은 타다 베이직 드라이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한편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된 이슈까지 불거지며 아직도 평온을 찾지 못하고 있다.

#011, 통신사 팬덤의 종말(7월 6일 종료 예정)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G 서비스를 폐지하기 위해 신청한 기간통신사업 일부 폐지신청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밝혔다. 011, 017 등 01X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2G 서비스 종료는 한 때 세상을 풍미했던 통신강국 코리아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닫히고 있음을 의미한다.

199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세계와 만난 한국은 이동통신서비스 혁명에 나선다. 글로벌 통신업계의 변방이던 한국에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1993년 7월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1994년 CDMA 첫 전화개통에 성공했고, SK텔레콤은 1998년 1월 EVRC(Enhanced Variable Rate Coder) 상용 서비스에 성공하며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는 것에 성공한다.

CDMA의 성공에는 퀄컴과의 전방위적인 협력도 있었다.

휴즈 항공사에 모바일 위성 시스템 디자인을 컨설팅하던 젊은 엔지니어가 있었다. 그는 1968년 통신기술 컨설팅 기업 링카비트(LINKABIT)를 설립한 후 1985년 옛 동료 6명과 함께 퀄컴을 새롭게 창업했다. 이들이 집중했던 것이 CDMA다. CDMA는 고전 명작인 <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으로 194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헤디 라머가 개발한 대역확산(Spread Spectrum)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에는 너무 복잡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TDMA나 FDMA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원조 아날로그식 시스템보다 10~20배가량의 수용량이 있는 CDMA가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는 판단은 확고했다. 그리고 젊은 엔지니어와 퀄컴의 직원들은 CDMA를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내려 최선을 다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업으로 세상을 제패하기에 이르렀다. 그 젊은 엔지니어의 이름은 어윈 제이콥스. 퀄컴의 창업자이며 통신강국 한국이 영원히 기억해야 할 '좋은 파트너십'의 대명사다.

한편 업계에서는 011 서비스의 종료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1990년대 말 이동통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며 01X 시대가 열렸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011은 엄청난 팬덤을 보유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파격적인 광고 브랜딩으로 당시 젊은 세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 등 제조사 중심의 팬덤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011 등 이동통신 팬덤이 제조사 팬덤을 압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011 서비스가 종료되자 사람들의 아쉬움은 상당하다. 심지어 '보상은 필요없으니 번호만 유지하게 해달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현재 2G 서비스 망 노후화가 너무 심하고, 최근 3년간 기지국·중계기 고장이 139%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7월 6일 순차종료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 젊은 시절의 어윈 제이콥스. 출처=퀄컴

#구글 행아웃(6월?)
구글의 업무용 메신저 행아웃은 한 때 구글 플러스의 채팅 기능으로 각광받았으나, 구글 메신저 앱이 따로 출시되며 사실상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2017년 SMS 서비스가 종료됐고 최근 거의 업데이트가 없다. 사실상 빈사상태다.

업계에서는 6월, 혹은 7월 완전한 종료를 예상한다.

▲ 출처=갈무리

#싸이월드(중음계?)
우리의 영원한 흑역사의 주크박스, 열어보면 다들 가끔은 눈물을 흘린다는 원조 SNS 싸이월드가 중음계에 섰다.

싸이월드의 역사는 말 그대로 기구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싸이월드는 전성기 35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작동했으나 모바일 및 글로벌 시장 진입 실패와 모회사 SK컴즈의 정책적 오판 등으로 날개가 꺾인 비운의 토종 SNS다. 이런 가운데 전제완 대표가 2016년 야심차게 '인공호흡'에 돌입했으나 결과는 신통치않다.

싸이월드는 회생은 커녕 무리하고 폭력적인 마케팅으로 빈축을 샀고, 난데없는 암호화폐 클링 발행으로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고 체남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사이트가 먹통이 되어 고객들의 추억이 모조리 사라질 판이었다.

다행히 서비스는 정상화됐으나 최근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업자 등록증이 말소된 것으로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제완 대표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끝났는데 끝나지 않았다 우기는 것인지, 끝났는데 끝난 것을 알면서도 버티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싸이월드가 삶과 죽음의 경계인 중음계에 선 것은 맞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