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달러약세 현상이 한달째 유지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원달러환율 하락속도는 갈수록 완만해지겠지만, 연말까지 달러당 1150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화강세 지속으로 코로나 이후 주식 팔기에 전념했던 외국인 투자가들의 귀환도 기대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의 복귀가 본격 시작될 때 그동안 많이 팔았던 반도체·금융주 등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재의 원화강세가 경제 재개 등과 관련한 호재만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원달러환율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재유행 없다면 올 연말 원달러환율 1150원 아래 간다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재확산되지 않는 한 원달러환율은 올 연말까지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00원선을 유지해오던 원달러환율은 지난 9일 1197.7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인 10일에는 1191.20원으로 더 떨어졌다. 지난 3월 11일 1193원 이후 처음으로 1200선이 깨졌다. 원달러환율은 3월 12일 1206.50원을 기록하며 이내 1200원 선을 유지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화강세 기조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강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달러 약세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 유로 강세와 관련이 있다. 유럽의 소비와 투자 등에 따른 실물 지표가 회복되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달러 약세와 원화강세를 비롯한 기타 통화의 강세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 원달러환율은 1185원 정도가 될 전망"이라며 "오는 2021년 연말에는 115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강세 기조는 유지되나 앞으로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경기 회복이 지속되는 등에 따라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구도가 이어지겠지만 속도 등은 급하지 않고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재확산 되는 등 특별한 악재가 있지 않는 한 연말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 1150원 아래로 원달러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돈 많이 풀자 하락한 달러인덱스

달러도 지난 5월 14일 이후 약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6개국 통화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이다. 각 통화의 비중은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3월 19일 103.60으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던 달러인덱스. 코로나19 사태로 계속 떨어지더니 지난 5월 14일 100.5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내 내리막길을 탔고 지난 9일 96.32로 떨어졌다. 전일 대비 0.29%, 5월 14일 대비 4.16% 하락했다.

이처럼 달러인덱스가 하락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를 해결하고자 미국이 돈을 많이 푼 탓이 크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한 피해를 크게 입었고, 현재 환자가 가장 많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피해에 따라 미국이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에 경제가 강하게 돌아설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흑인 사망 사건으로 시위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미 대선에 대한 불안감도 작동을 했다"고 달러인덱스의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미 대선의 경우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민주당 쪽이 우세한 방향 바뀐다면, 민주당의 증세 등에 대한 규제 방침에 따라 달러가 강할 수 없다는 게 장 팀장의 분석이다.

최광혁 연구원도 장 팀장과 같은 해석이다.

최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라 미국이 유럽, 일본 대비 돈을 많이 풀었다"며 "미 연준의 자산 매입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과 미국의 경우 선진국으로 경제 수준을 비슷하게 볼 수 있는데, 독일의 금리가 올라가며 독일과 미국의 금리차가 축소돼 유럽쪽에서 미국으로 들어간 자금이 다시 유럽으로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로 달러는 안전자산 대우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달러가 그 동안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젠 더이상 버티지 못 하고 이 같은 이유들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 출처=한국거래소

외국인 다시 돌아올까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 깨지면서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경우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주식의 수익률보단 환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금융 업종의 종목을 통해 외국인들의 투자가 다시 들어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희종 팀장은 "최근 원달러환율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1200원선이 깨진 것은 국내 증시에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국인들의 자금이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광혁 연구원도 "원화강세로 인해 환차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아지는 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연구원은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와 금융"이라며 "이쪽으로 다시 유입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국인들이 다시 국내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귀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용택 상무는 "외국인들의 경우 개별 펀드나 종목을 중심으로 들어오는데, 예전처럼 들어오려면 코로나와 관련해 시장이 안정됐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외국인들이 돌아온다면 기본적으로 패시브 펀드 쪽으로 투자를 시도할 것"이라며 "결국 지수와 관련한 주식 위주로 사들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제 외국인들이 올해 1월 2일부터 6월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종목 삼성전자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무려 7억5228만3093주나 매도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판 주식 종목은 미래산업이다. 총 2억6821만5141주를 매도했다. 이어 한화생명, 서울식품, SK하이닉스, 남선알미늄, 삼성중공업, 에이프로젠제약, 삼성전자우, 마니커,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순으로 억대 수량의 주식을 팔았다.

같은 기간 발생한 외국인들의 주식 거래 대금을 살펴보면 총 196조1709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으며, 총 219조534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즉 외국인들의 순매수거래대금은 총 -23조3632억원이다. 국내 주식을 사들인 것보다 판매한 규모가 더 많은 것이다.

외국인 선호주 길몫 지기키, 배당 중심 투자 바람직

기존에 안전자산으로 달러 자산을 모아온 투자자들이라면, 원화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펼쳐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다시 들어올 종목을 노리거나 배당 중심의 투자를 시도하라고 추천한다. 만일 해외 투자를 노린다면 위안화 강세를 고려한 중국 투자를 귀띔했다.

정용택 상무는 "낙폭과대 때 투자에 들어간 경우라면 현재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 전략을 펼치는 게 이익"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길게 보면서 안정적이고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배당 중심의 투자를 해야한다"며 "언택트, 성장주 위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장희종 팀장도 배당수익률과 성장주를 강조하는 것은 물론 차익실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일단 바닥을 잘 잡은 투자자라면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돈을 많이 뿌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점진적인 관점에서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장 팀장.

따라서 고배당주, 리츠와 같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것들 혹은 성장주 등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장 팀장은 추천했다.

아울러 국내 투자의 경우 유리한 주식 종목으로는 반도체와 금융 업종의 종목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와 관련해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전문가들은 유리하게 보고 있다.

최광혁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를 고려해 해외 투자의 경우 중국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연말 원달러환율이 1200원선을 유지하는 등 원화강세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상무는 "현재 시장에는 경제 재개와 관련한 호재만 반영돼 있기 때문에 주식, 외환 시장을 포괄적으로 보면 조정 국면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향후 1200원 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정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 재개가 반영됐지만 사실 코로나19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치료제 또한 없기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시장에는 미중 갈등의 부분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따라서 정 상무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겨울을 맞는데다 코로나19가 다시 재유행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올 연말 원달러환율은 12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