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언택트(비대면) 바람 속에서도 보험‧카드사 등 금융권의 설계사 유치 경쟁이 식지 않고 있다. 비대면 영업으로만은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결과다. 온라인 상품 출시 등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전문성을 겸비한 아날로그식 영업의 위상이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10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의 수는 9만2020명으로 올 초 9만1878명 대비 142명 늘었다.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설계사 시험 중단은 물론 대면영업에 지장이 생겼던 점 등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낮지 않다는 평가다.

대형 생보사 중 가장 증가세가 높았던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의 지난 3월 설계사 수는 1만8764명으로올 초 1만8094명 대비 67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삼성생명은 2만4122명으로 지난 1월 2만4043명 보다 79명 증가했다.

생보사들의 설계사 유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신입 설계사의 정착 수수료 지급 기간을 입사 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신입 설계사 지급 수수료도 50% 늘렸다.

한화생명은 전속설계사 인정 기준을 줄였다. 전속설계사가 되기 위한 기존 50만원이었던 환산실적 기준을 5만원으로 축소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신입 여성 설계사를 대상으로 △위촉수수료 △신인 활동지원비 △신인성과 수수료 등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4차산업 등의 영향에 따른 언택트 기조 속에서도 이처럼 생보사들이 대면채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복잡하고 비싼 생보 상품 특성에 기인한다.

생보사들이 주로 취급하고 있는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타 상품 대비 비싸고 상품 구조가 복잡해 온라인 등 비대면채널로 가입하기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장기보험인 만큼 설계사들의 관리를 원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매채널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설계사들의 영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생보사들의 입장이다. 보험 영업에서 대면채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품 상담에 대한 신뢰도 역시 인공지능 등 비대면 채널보다 설계사가 높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한 두 푼이 아닌 종신보험 등을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고객들은 극히 드물다"며 "최근 비대면 채널이 확산하고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들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 카드보단 실물 카드 선호

카드사들의 모집인 수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7곳의 카드 모집인 수는 1만1513명으로 지난해 말 1만1382명 대비 131명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업계 1위 신한카드의 모집인 수는 지난 4월 2459명으로 지난해 말 2036명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는 612명으로 전년 말 531명 보다 612명 증가했다.

'카드없는 카드사'를 향해 달리고 있는 최근 카드업계의 분위기를 보면 이 같은 카드 모집인 숫자는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빨라지는 디지털전환 추세에 올해 카드 모집인 수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신한카드, 하나카드 등은 최근 실물 플레이트 없는 모바일 전용 카드를 선보이면서 언택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업황 악화 속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카드사들의 비용절감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에도 카드사들이 대면 영업에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오프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카드 발급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의 오프라인 카드 발급 비율은 70~80%에 달한다.치열한 점유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카드사들이 카드 모집인 수를 쉽사리 줄일 수 없는 이유다.

트렌드에 따라 카드 혜택이 다양해지면서 맞춤형 카드 설계를 받길 원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 사용에 있어 온라인 카드보다 실물 카드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도 카드 모집인 수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로 거론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의 카드 발급이 대면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고객들의 관련 니즈도 크기 때문에 카드 모집인이 사라지는 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