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19와 인종차별 혼란, 달러 붕괴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제의 세계 경제 리더십이 혹독한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출처= medi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의 준비통화로서 美 달러의 ‘초특권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1960년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 프랑스 재무장관이 전세계가 미국의 강달러로 인한 생활 고통의 좌절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한 말이다. 이후 거의 60년 동안, 세계는 미국의 달러 강세에 대해 불평해 왔지만 여전히 그에 대항하기 위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달러 강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미국의 생활고는 이미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까지 압박을 받고 있다. 동시에, 세계는 한때 널리 받아들여졌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세계 최고의 국가라는 의미)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 통화가 미국 국내 경제 펀더멘털과 미국의 강약점에 대한 외국의 인식이라는 두 요인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균형이 무너지며 달러 약세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씨앗

문제의 씨앗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명백히 드러난 미국 국내 저축의 심각한 부족에서 비롯되었다. 2020년 1분기 가계, 기업, 정부 부문의 감가조정 저축을 나타내는 순 국민저축률(net national saving)은 국민소득의 1.4%로 떨어졌다. 이는 2011년 이후 최저치이며 1960년부터 2005년까지의 평균인 7%의 5분의 1 수준이다.

저축이 부족하면서도 투자와 성장을 원하는 미국은 세계 1차 준비 통화로서 달러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해외로부터의 저축에 크게 의존하는 줄타기를 해 왔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은 1982년 이후 매년 경상수지를 적자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는 저축과 경상수지 사이의 긴장을 한계점으로 끌고 갔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부 적자였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연방예산 적자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17.9%까지 치솟아 전시 아닌 평시 기록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2021년 9.8% 목표치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코로나 재정 지원의 상당 부분은 우선적으로는 실업자로 전락해 두려움에 사로잡힌 미국 노동자들의 저축 계정으로 들어 감으로써, 압박을 받고 있던 국민 저축 수치를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무부의 월간 데이터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4월 재정적자는 1분기 적자의 5.7배를 기록하면서 4월 개인 저축 증가세를 크게 앞질렀다.

결국 현재 달러의 하향 압력은 이미 급격히 침체된 국내 저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국내 저축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였던 2008년 3분기부터 2010년 2분기까지 (국민소득의 평균 -1.8%)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져 사상 초유의 -5% 내지 -10%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제 달러가 나설 차례가 되었다. 지금까지 달러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견고한 수요의 혜택을 받으며 강세를 유지해 왔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통화 대비 달러 가치(달러 인덱스)는 1월에서 4월 사이 7% 상승해 최근 최저 수준이었던 2011년 7월보다 33%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저축의 붕괴는 경상수지 적자를 급격히 확대해 2005년 말에 도달했던 이전 최고 기록인 GDP의 -6.3%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달러가 준비통화든 아니든 안전하게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 이제 무엇이 달러 하락세를 촉발할 것인가 하는 것만 남았을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까지 갈 것도 없다. 보호주의 무역정책, 그리고 파리 기후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세계보건기구(WHO), 전통적인 유럽과의 동맹 같은 세계화를 지탱하는 기둥에서의 탈퇴, 코로나 대응에 대한 총제적 실패, 1960년대 후반 이후 보지 못했던 사회적 혼란 등이 모두 미국의 리더십이 지구촌에서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는 명명 백백한 고통스러운 증거들이다.

아마도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경제 위기가 안정되기 시작할 즈음에, 국내 저축의 붕괴처럼 달러 약세가 미국을 강타할 것이다. 달러 인덱스는 2011년 7월 최저치를 쉽게 통과하고 지금보다 35% 하락할 것이다.

달러 붕괴의 의미

달러화 폭락은 다음 세 가지 주요 시사점을 갖게 될 것이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보다는 단기적으로 환영할 완충제가 되겠지만,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세가 약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을 걱정해야 될 지도 모른다. 취약한 경제 성장과 금융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인플레이션은 서로 맞지 않는 조합이다.

둘째는 달러화 약세로 경상수지 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102개국과의 다자간 적자 중 가장 큰 부분인 중국과의 양자간 불균형을 초래한 보호주의는 역효과를 내고, 미국은 중국 이외의 다른 고비용 생산국들과 거래하게 될 것이며, 이는 사면초가의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바라는 미국의 시기부적절한 선택을 목전에 두고, 초특권을 잃은 나라의 저축 적자를 누가 메울 것인가하는 문제다. 그리고 그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연준은 어떤 조건, 즉 어느 정도의 금리를 선택할 것인가?

코로나 19와 인종차별 혼란, 거기에 전능했던 달러까지 붕괴하면, 저축이 부족한 미국 경제의 세계 경제 리더십은 매우 혹독한 시험대에 올려질 것이다. 초특권은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는 자가 누리는 것이지,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담당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Stephen Roach 예일대 교수가 9일 블룸버그에 기고한 칼럼을 전제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