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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이재용 구속'과 검찰의 몽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오는 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었다. 이른바 ‘국정 농단’ 뇌물공여 사건으로 지난 2017년 2월 구속된 이래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집행유예로 풀려 나오기까지 약 1년 간 구속되었던 이 부회장으로서는 또 한 번 악몽에 잠 못 드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실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청구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선은 구속영장 청구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며(제198조 제1항), 부득이 구속을 할 때는 구속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하게 되어 있다(제201조 제1항 본문 및 제70조).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피의자를 구속하되,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부회장으로서 주거가 일정할 뿐 아니라, 도주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개개의 혐의 사실들은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 재범의 위험성이나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없다. 결국은 이 부회장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지, ‘범죄가 중대한지’에 대한 판단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잣대가 되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입장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변호인단의 주장처럼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1년 8개월 동안 50차례가 넘는 압수수색, 110명 이상에 대한 피의자·참고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져 더 이상 인멸할 증거는 없어 보인다. 차라리 수사 초기라면 증거 인멸 가능성을 문제 삼아 영장발부를 고려해 볼 수 있겠으나, 이미 이 사건은 사실상 수사 종결시점에 놓여있어 증거 인멸의 우려는 극히 낮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 혐의가 씌워진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행위는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억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될 수 있어 구속사유 중 하나인 중대한 범죄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제443조 제2항). 이 부회장과 변호인단도 이 점을 의식해 검찰의 판단을 받기 보다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 ‘중대한 범죄’로 기소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호소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의 혐의 사실이 무혐의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궁극적으로 이 부회장은 구속의 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당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검찰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경청하고자 도입한 검찰의 ‘셀프개혁안’이었던 만큼 이 같은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변호인단의 요청이 있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검찰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다. 비록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상 ‘구속영장 청구’ 자체는 피의자 신분인 이 부회장이 위원회 소집 신청을 해 부의를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제6조 제1항), 해당 범죄가 ‘중대한 범죄’로서 기소되어야 할지, 아니면 무혐의 처분을 받아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구속영장 청구 적부를 판단하는 전제사실이기에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기다려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충분할 일이었다.

구속영장 청구 시기도 부적절하다. 검찰은 그 동안 고압적인 태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전횡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변호인단의 요청이 있은 직후 즉각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피의자 이 부회장에 대하여 ‘괘씸죄’를 적용하였다는 오해까지 받게 되었다.

‘과연 검찰은 굳이 서둘러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제 법원이 해야 한다. 물론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그룹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 판단은 기록을 본 자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6.05  18: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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