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언택트 바람이 거세지면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보험은 포화된 보험 시장 속 2030세대 고객유치에 효과적이고 4차산업 흐름에 맞춘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활용성이 높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 용이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디지털 손보사가 주로 취급하는 소액단기보험은 수익성이 낮고 주력으로 팔고 있는 자동차보험 역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 우려가 높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보험사 하나손해보험이 지난 1일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했다. 하나손보는 '신생활보험 플랫폼'이라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여행자·레저·특화보험 등 온라인보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도 '원스톱 생활금융'을 목표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이달 금융위원회에 온라인 전업 종합손해보험사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보험사가 올 하반기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내년 초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시그나그룹도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사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나그룹은 라이나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 추진을 위해 법률과 자격 요건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손해보험는 지난해 하반기 국내 첫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올 초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캐롯손보는 탄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 월 990원짜리 운전자보험 등 기존 보험과 차별화된 혁신 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이 보험업계에 디지털 손보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은 4차산업 흐름에 맞춘 언택트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톡톡 튀는 상품 개발이 가능한 온라인보험은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어 특히 2030세대 젊은 고객층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용이하다. 인건비, 관리비 등 판관비를 대면채널보다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돈 안되는 보험'에 성장성 한계 우려

그러나 디지털 손보사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 손보사의 상품 대부분이 생활밀착형 상품인 소액간단보험이라는 이유에서다. 미니보험 등 소액간단보험은 젊은 고객 유치엔 효과적이나 보험료가 적어 수익성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여러 기업들이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대면영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시장에서 온라인 전용 보험으로 얼마나 수익을 끌어 올릴 수 있을 진 의문"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손보사가 주력상품으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손보사의 애물단지 상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 지난해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4%로 전년 85.9%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78% 수준이다. 이에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거나 영업을 접는 손보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와 카카오도 자동차보험 판매에 대한 이견으로 합작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손보사의 설립은 어쩔 수 없는 행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신생사나 중소형사들이 보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대형사와 차별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십 년간 대형 손보사에 편중된 보험 산업에서 신생사나 중소형 보험사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똑같은 게임의 룰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전국적으로 보상조직이나 설계사 조직이 갖춰줘 있지 않아도 영위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쪽으로 돌파하는 것이 중소형사들이 대형사와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디지털 손보사는 기존 시장에 없던 상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소비문화를 일으켜 어필하려는 목적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하는 비용도 대형사 보다 신생사나 중소형사들이 훨씬 저렴하다. 디지털 손보사는 트렌드에 맞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