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원격의료 시장이 개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를 보는 원격의료가 금지됐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의료 서비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도 병원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4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과 처방 등을 허용하면서 비대면 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국내 원격의료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진료 건수 출처=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IBK 투자증권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의료 수요 급증

원격의료는 환자가 직접 병원을 가지 않고 다양한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 현행 의료법은 원격의료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도 다시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국내 3853개 의료기관에서 26만2121건의 전화 상담 및 처방을 진행했다. 진료금액만 33억7437만원에 이른다.

동네의원 2786곳에서 시행한 전화진료가 10만6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종합병원 154곳이 7만6101건, 대형 대학병원 28곳이 4만892건의 전화진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전화진료 형태의 비대면 진료가 기저질환자와 노약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에 원격의료 서비스의 필요성과 그 수요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논리 근거 출처=대한의사협회, IBK 투자증권

의료계의 반발 넘어서야

원격의료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 의료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착되고 있다. 입원비와 간병비 감소 등 국민 건강 증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반면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지난 2000년 첫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20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섬이나 산골마을, 군부대 등 의료 취약지에서만 시범적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각종 규제에 부딪혀 국내 원격의료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고 지적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계는 진료의 안전성과 책임 소재, 보험 수가, 의료 서비스 양극화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격의료 도입은 의사 대면이 필요한 응급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악화시키고,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동네의원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원격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초기 인프라 구축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우려와 달리 원격의료는 그동안 수차례의 시범사업을 통해 유용성과 효과를 어느 정도 입증했다. 또 대다수의 환자들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환자의 87%가 전화진료에 만족했다. 반대로 의료인의 85%는 전화진료에 불만을 나타냈다.

문 연구원은 "의료인과 환자의 답변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시장 수요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는 시장 논리를 고려할 때 국내 의료 시장도 결국 상응하는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