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올해 1분기 서울 부동산 매매시장은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이끌었던 강남3구 역시 선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강남 일대와 함께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견인한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역세권 개발과 광역교통망 호재에 힘입은 동대문구와 강북권 등의 지역은,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상대적인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KB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월~4월)의 서울의 ㎡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1060만5000원으로 3.32% 상승했다. 강남 3구의 올 1분기 매매가격 변동률이 평균 1.09%에 그친데 반해 동대문구와 성북구, 강북구, 노원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6%대에서 7%대의 높은 상승을 기록했다. 동대문구는 1분기 ㎡당 782만3000원에서 842만5000원을 기록해 7.7% 상승했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변동률이다. 성북구 역시 6.89%를 기록했고, 이어 강북구는 6.78%, 노원구도 6% 이상인 6.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 ‘롯데캐슬노블레스’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김균표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 수석차장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 등으로 올 1분기 역시 상대적으로 9억원 이하의 단지들의 상승률이 높았다. 해당 단지들이 형성된 비 강남권 역시 강세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효과와 교통망 호재가 1분기 상승 요소


동대문구와 성북구, 강북구의 이런 가격 선방 요소로 우선 꼽히는 것은 교통망 신설 등의 개발호재다. 청량리역 역세권 개발이 이루어지는 동대문구는 물론, 강북횡단선 이슈가 있는 성북구와 경전철 동북선이 지날 예정인 노원구 등은 모두 교통망 개발이 추진 중인 지역이다.

동대문구는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 확충과 역세권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청량리역은 향후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GTX-B와 GTX-C 노선이 개통된다. 이외에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으로 강북 횡단선과 면목선 역시 추가로 청량리역을 지나게 될 예정이다.

동대문구 상승은 역세권 개발의 수혜 영향 하에 있는 신축단지들이 주도하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에 위치한 ‘롯데캐슬노블레스’는 584세대 규모의 단지로 지난 2018년 6월 입주를 시작했다. 전농1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청량리역과 도보로 어느 정도 거리는 있는 곳이지만 역세권 개발의 수혜단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인근 한 중개업자에 따른 해당 단지 84㎡의 5월 매매가격은 14억원으로 지난해 12월 12억9000만원보다 최소 1억원 이상 상승했다.

해당 단지 내 중개업자들은 해당 단지가 역세권 신축인만큼 수요와 매매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내 한 업자는 “이전처럼 수요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현재 매매가격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자는 “역세권 개발을 기다리는 수요가 있고 매물 소유자들도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필요 없어 호가를 보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 ‘래미안 크래시티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청량리 역세권과 가까운 일부 구축 단지 역시 매매가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크래시티 아파트’는 전체 2397세대로 84㎡ 기준 매매가격이 1월 10억8000만원(1층)에서 4월 11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반면 역세권과 상대적으로 떨어진 동대문구 구축 대단지 아파트들은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년 8월 입주를 시작한 2652세대의 ‘답십리 래미안위브’의 84㎡ 매매가격도 면적 별로 실거래가를 유지하거나 소폭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초 84㎡의 매매가격은 11억원으로 올해 4월 역시 11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 ‘답십리 래미안 위브’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해당 단지의 한 중개업자는 “답십리 래미안 위브의 경우 지난 연말까지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문의도 있었는데 연초 코로나 19와 규제 영향으로 현재까지 소강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균표 수석차장은 “동대문구와 성북구, 노원구와 같이 도심권과 인접하면서 역세권 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이 올 1분기 강세를 보였다. 다른 서울 주요 역세권 역시 꾸준하게 호가를 유지했다. 실제 마포구 역시 대표 사례다. 영등포구 등도 역세권 개발과 신안산선 영향으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인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승지역, 공급감소 영향도 ‘가격 선방’에 주효


동대문구와 노원구 일대의 또 다른 매매가격 상승 요인은 고가 아파트 지역과 다른 별도의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공급은 그에 미치치 못하는 시장 상황이다. 아파트 공급량이 아직 해당 지역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역세권 개발호재가 맞물려 상대적인 가격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부동산 지인 등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동대문구의 주택 수요량은 1789가구와 1752가구로 추산된다. 공급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아 2018년의 입주량은 3751가구, 지난해는 4251가구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와 내년의 입주량은 수요량에 못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지인에 따르면 25일 기준, 올해 동대문구의 입주량은 1184세대로 수요 예상 세대인 1750세대보다 566세대 적다. 내년 역시 입주세대는 1186가구인데 비해 수요량은 1746세대로 더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

노원구 역시 올해 예상 주택 입주량인 1658세대보다 수요량이 2684세대로 훨씬 많다. 내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1370세대로 추산되는 입주물량보다 수요 물량이 2678세대로 공급이 더욱 많다.

답십리 역 인근 한 중개업자는 “역세권 개발로 동대문구 일대 공급이 늘긴 하지만 공기와 시차에 따라 수요 공급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균표 수석차장은 “강북 일대 뿐만 아니라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난이 심하다. 전체적으로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률이 낮은 곳이 많다. 공급 자체가 적은 지역의 경우 다른 요소와 복합적으로 전체 하락장에도 가격 강세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