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의 거점도시 타밀나두주 수도인 첸나이에서 5월 중순 한국인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인도 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첫 사례다. 모쪼록 병세를 이기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국인 확진자 발생’이란 우울한 소식은 요즈음 인도 내 한국 비즈니스 생태계에 드리워진 어두움을 더욱 깜깜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가해진 인도 내 코로나 팬데믹이 대내외 봉쇄(Lock Down)라는 상황으로 60여일 이어지면서 인도 진출 한국 기업인에게는 대기업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핵폭탄급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조건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 속 사정은 천차만별이겠으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나름대로 버티고 재출발하고 있지만, 소기업과 자영업의 경우 상상이상 어려움으로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필자가 운영하는 인도전문 컨설팅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비스 산업에서의 고초도 심각하지만 특히 직접 자본투자가 많은 상품 수입 및 도매로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한식 전용식당이 인도 수도권 지역에서 큰 비용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지난 2월에 개업했다가 통행금지와 봉쇄조치로 지금까지 문 닫고 있다. 봉쇄 조치가 시작될 즈음 수입한 한국상품들은 인도 도착 후 통관되지 못한 채 몇 개월 묶여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열악한 세관보류 중 상품가치가 추락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하지 않다. 봉쇄기간 중 정지된 공장에 적정 관리자조차 세우지 못하던 LG화학 바이작 플랜트에서 저장탱크 화학작용으로 인한 유해가스 누출로 지역주민 중 사상자가 발생하는 불행한 사고도 있었다.

내수시장에서 인도 로컬기업과 그나마 어렵게 거래를 이어가는 한국 기업의 시름도 깊다. 외상 매출금의 입금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인테리어 제품을 수입하여 총판과 스토어에 납품 하는 한국 기업인이 외상매출금을 재촉하였더니 이 엄중한 시기에 결제를 재촉하냐고 오히려 핀잔(?)을 하였단다.

협업관계로 진출한 경우 대기업이 가동 중지되면서 협력 기업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봉쇄 50여일이 지나 부분 가동을 허용한다지만 실제 가동은 원활하지 않다. 도시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탓에 공장에 필요한 적정 인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까닭에 가동은 허용되었지만 허가 받은 가동률조차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첫 확진자가 위중한 상황이 아니란 소식에 안심이 되지만 그 소식이 퍼지면서 귀국행렬의 속도가 가속될 수 있다. 한국식품을 수입하여 한인 커뮤니티에 판매하는 사업체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대거 귀국하는 바람에 소비자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아내와 자녀를 귀국시켜 놓고 홀로 지내는 가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기업 지원센터가 있는 구르가온 사이버시티 빌딩이 겨우 출입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지만, 정작 출근 한 곳은 센터책임자와 입주기업만이었다. 그외는 이미 한국으로 철수하였단다. 이는 비즈니스 재개에 대한 당장의 기대가 없다는 판단에서 철수일 수도 있지만 인도 내 전염우려와 전염되었을 경우에 닥칠 치료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전우선을 택한 경우이다. 귀국도 잔류도 어느 것도 쉽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인도 국영TV부편집장 등과의 대화를 통하여 빨라야 7월 이후에나 인도를 오가는 것이 제한적으로라도 가능할 것으로 추론된다. 이렇듯 비즈니스 생태계의 붕괴에서 오는 어려움에다 인도 내 코로나19 상황에서 전해지는 심리적 공포가 더해지면서 한국기업인들이 혼란에 처해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위중한 국내경제상황을 헤아리기에도 급급한데 해외로 눈 돌리기에 여유 없겠지만 그래나 그래도 직접지원은 못하더라도 진출한 기업의 출구전략 내지는 포스트 팬데믹 재기에 도움이 될 발판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