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내부의 불만이 극에달한 상태에서 조직의 결속을 다지고 지도자의 권위를 높이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수단이 있겠지만 정치학적인 접근법 중에서는 역시 외부의 강력한 적과 마주하는 방식이 꼽힙니다. 

외부의 강력한 적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실제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시대를 거치며 복식시킨 영주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조선을 침공했고,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공산주의자들과 유대인들을 핍박해 참혹한 전쟁의 정당성을 세우려 노력했습니다. '조직의 어려움-외부의 적 강조-조직의 응축력 집중-광기'로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특히 외부의 강력한 적을 부적절한 논리에 기반해 억지로 만들어 버린 다음, 내부 구성원들에 맹목적인 증오를 심어줄 경우 조직의 다양성은 훼손되고 오로지 지도자의 권력만 강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오로지 광기, 광기만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단기간에는 힘의 응축력을 보여주며 의미있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나, 결국에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참극을 맞이합니다. 

임진왜란의 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은 몰락하고 조선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광기의 경제학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이 정국을 강타한 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권의 탄생과 함께 의미있는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이성의 승리라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이후 정권은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비선실세에 부역한 경제인들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만 몰아 가혹한 압박만 시도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역사의 죄인인 것은 사실이며 그 대가를 치뤄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 왜 부역을 했는지에 대한 세밀한 접근도 없이 무차별적인 압박만 가하면서 '경제성장의 역군 역할'이라는 중책을 동시에 맡기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됐습니다.

다행히 기업인들의 책임있는 자세와 후속조치, 그리고 정권의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 이뤄지며 대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은 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단순하게 사라지는 것을 넘어 두 번 다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사회적 합의와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려는 긍정적인 모습도 엿보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엉뚱한 곳으로 불꽃이 튑니다. 바로 O2O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탄생한 국내 스타트업들입니다. 수수료 기반의 대형 스타트업들을 새로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설정해 또 한 번 괴랄한 마녀사냥의 굿판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무대는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민심은 괴롭고 고통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몇몇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소상공인들을 핍박하는 대형 플랫폼 비즈니스 스타트업들은 단숨에 공적으로 부상했고, 이들의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증오의 목소리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달의민족입니다. 가뜩이나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하려는 과도기를 맞아 여론의 흐름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수수료 5.8%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려는 배달의민족 오픈리스트 정책이 문제가 됐습니다. 대형 점주들이 기존 광고료 정책인 울트라콜 체제에서 깃발꼿기 신공을 바탕으로 중소 점주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나온 상생의 대안이 오히려 점주들을 쥐어짜는 악법으로 탈바꿈됐고, 정치인들은 이를 공격하며 "아예 관치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언론은 분노를 경마중계처럼 떠들었고, 대중은 그 분노를 패스트푸드처럼 소비했습니다.

그 여파는 다른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 스타트업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과 다방, 숙박 액티비티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두고 비슷한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난세가 펼쳐지자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고 지도자의 위엄을 돋보이게 만드려는 마녀사냥의 칼날은 더욱 광기에 물들고, 우리는 합리적인 문제해결과 상생을 논할 최소한의 기회까지 놓치고 있습니다.

▲ 출처=갈무리

그들은 마녀일까
노키아의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며 모바일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 데스크톱 앞에 앉아야지만 온라인을 만날 수 있는 시대에서, 워크맨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지는 극적인 순간입니다. 

더욱 가까워진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를 O2O 플랫폼으로 부르며, 방식에 있어서는 온디맨드라 명명합니다.

모바일 시대의 등장으로 O2O 플랫폼 전략을 차용한 온디맨드 로드맵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습니다.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극을 줄여 다양한 구사업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한편 시장의 크기를 키웠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반면 플랫폼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일종의 거마비를 받는 21세기 중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여기에 무슨 혁신이 있으며, 오히려 중개상의 권한을 강화해 공급자를 쥐어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찬사와 비판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며 세밀하게 현안을 파악해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트렌드를 적절하게 배합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여기에서 아예 '플랫폼 비즈니스는 무조건 절대악이기 때문에 일단 다 부수고 보자, 혹은 관치를 해버리자'는 파격적인 접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벌어지는 배달의민족 오픈서비스 문제나, 기타 플랫폼 스타트업들에 대한 비판은 후자의 연장선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빛과 그림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며 공공이 해야하는 임무가 있음에도, 그저 코로나19 난세를 기점으로 광기의 파도만 몰아치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해가 필요하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극단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스타트업의 모든 것을 흔들고 부정해봤자, 결론적으로 남는 것은 1차 산업혁명 시대의 회귀일 뿐입니다. 그런 이유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그들이 왜 지금의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접근, 더 나은 방안을 위한 대안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마녀사냥 말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주들과의 상생을 중심에 두고 실제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플랫폼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비판하는 진영은 반드시 특정 플랫폼을 비판하기 전, 최소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지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야놀자의 예를 들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야놀자가 시장 독과점 사업자라 비판하고 있으나, 국내 중소형호텔 중 야놀자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는 25% 수준으로 매우 적은 비중입니다. 결제액 역시 2019년 기준으로 호텔스닷컴, 아고다에 이은 3위 수준으로 독과점 기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배달의민족 논란과는 전혀 다른 시장 상황이지만, 배달의민족 역시 배달앱 시장만 모분수로 두지 말고 전체 이커머스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수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의민족 오픈서비스가 주장한 5.8% 수수료도 마찬가지지만, 야놀자도 해외 주요 OTA들 포함 타 경쟁사들과 비교해서 수수료가 가장 낮으며 글로벌 숙박 플랫폼과의 비교 기준으로도 최저 수준입니다. 

실제로 평균 수수료는 10% 수준으로 여기에는 제휴점의 카드수수료가 포함됩니다.(제외 시 6-7% 수준) 이는 24시간 CS 대응, 영업 및 마케팅 등 일체의 업무를 모두 대행하는 비용까지 포함한 것으로 현재 수수료는 최소한의 운영비 수준으로 봐야 합니다. 야놀자가 매출은 커지고 있으나, 왜 순이익을 아직 확실하게 거두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광고비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일단 전체 야놀자 제휴점의 20%가 광고를 미진행하고 있고, 광고 이용 제휴점 절반 이상이 저가형 광고(최저 20만원, 5월 신규정책 시행 시 최저 19600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광고비의 차이는 상품의 차이도 있지만 급지(도심 내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을 기준으로 1급지부터 5급지까지 나눔)의 차이도 큽니다. 야놀자는 영세한 상권에 위치한 영세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1급지에서 5급지로 갈수록 광고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급지별 광고비에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모두 무시하는 것은, 옳바른 비판이 아닙니다.

여담이지만 광고 상품 중에서는 리스트형을 선호하는 제휴점이 다수이고 최저가 광고 상품을 이용하는 제휴점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최고가 상품인 300만원은 1급지에만 해당되는 상품이며 실제로 사용하는 제휴점도 5%가 되지 않습니다. 과도한 광고비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 이러한 내막도 숙지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배민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지만, 야놀자도 다양한 상생을 추구합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 경북 및 제주 지역 광고비 환급과 강원도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40억원 수준의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5월 중에는 영세업체 지원을 위해 최저 광고비 인하와 예약대행 서비스만 이용하는 광고 미진행 제휴점과 신규 제휴점을 위한 수수료 인하 정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명 부담이 있지만 기간을 무기한으로 잡아 다양한 상생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야놀자의 가맹사업을 두고 제휴점들을 힘들게 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 역시 내막을 알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인수와 직영사업은 진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야놀자의 가맹사업이 다른 제휴점들을 힘들게 만든다 잘못 알고 있습니다.

▲ 출처=갈무리

냉정하지만, 필요한 접근은?
플랫폼 비즈니스 스타트업들은 공익법인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노력에 따라 지금의 위치에 올랐고 돈을 법니다. 그러나 수수료라는 일률적인 방식을 택한 것은 공급자에 대한 과도한 지배력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분명 세밀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절대 '다 갈아엎자'는 접근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직 iOS와 안드로이드 이상의 플랫폼 운용 방식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를 부정하는 것은 '빈대잡으려 초가태우는' 일입니다.

여기에 플랫폼 비즈니스의 명암을 인지하고 각 플랫폼의 상황을 확인한 후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공익법인은 아니지만 플랫폼은 생태계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상생의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하며, 또 한국은 특히 그래야 합니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지, 절대 마녀사냥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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