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남은 여정이 불확실·하방 리스크 노출 가능성"

월가 거물급 증시 현재 고평가 돼 있어

트럼프, 코로나19 중국책임론 또 언급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연준) 의장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여파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16.81포인트(2.17%) 급락한 2만3247.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0.12포인트(1.75%) 하락한 2820.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39.38포인트(1.55%) 내린 8863.17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파월 연준 의장의 비관적 발언에 일제히 내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온라인 강연에서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추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존의 정책 대응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며 "남은 여정이 불확실한 데다 심각한 하방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파월 의장은 의회에서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의회는 제롬 의장이 원하는 추가 부양안을 합의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민주당 주도로 3조달러(약 3660조원)짜리 경기 부양안이 제시됐지만 공화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의 이번 연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금리를 제로(0)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 비관론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월가의 거물급 투자자들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을 내놓은 점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 매니지먼트 창립자는 증시가 닷컴버블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고평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대표도 미국 증시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과대 평가됐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충돌 우려를 부추기는 소식도 쏟아지면서, 주가 지수는 낙폭을 더욱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세계가 중국에서 온 전염병으로 타격 받았다"며 또 다시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100개의 무역합의도 코로나19로 인한 무고한 죽음 등의 피해를 메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제유가는 2%의 낙폭을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 인도 선물은 전장 대비 0.49달러(1.9%) 내린 배럴당 25.29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7월물은 0.79달러(2.6%) 하락한 배럴당 29.19달러로 체결됐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줄었지만 별다른 훈풍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원유재고는 지난주 75만 배럴 감소했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감소한 것은 16주 만에 처음이다.

오히려 OPEC의 올해 원유 수요 전망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평균 9059만배럴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수요량 추정치인 하루 9967만배럴보다 908만배럴(9.1%) 낮은 수준이다.

OPEC이 지난달 월간 보고서에서 지난해 대비 올해 원유 수요량이 하루 685만배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수요 전망치를 223만배럴 더 낮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 원유시장에 주는 타격을 지난달보다 한층 더 크게 예상한 셈이다.

미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5bp(1bp=0.01%포인트) 하락한 0.656%를 기록했고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4bp 하락한 0.161%를 나타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1.347%로 2.5bp 내렸다.

국제금값은 소폭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9.60달러(0.6%) 상승한 1716.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달러화도 강세였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29% 오른 100.2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