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 받아들여야"

연준 “마이너스 금리는 마지막 카드...회사채 ETF 매입 개시”

전문가 "연준 마이너스 금리 도입 회의적...가능성 적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행사에서 경제 현안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 강연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 파월 의장이 언급할 지가 관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발표되는 경제지표 악화로 금융시장에선 이미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장중 사상 최저치인 0.09%까지 떨어지면서 사실상 제로 수준에 근접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달 실업자가 2050만 명 양산되면서 실업률은 14.7%를 기록했다.

▲ 미국 국채 2년물 금리 추이 출처=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FRED

이러한 지표 악화 속에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을 약 3분의 1 확률로 예측하기 시작했다. 12개월 후 연방기금 선물금리는 지난주부터 마이너스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 폭락과 감원 한파에 따른 소득 위기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톨베이컨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최고경영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실화될 수 있는 통화정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마이너스 금리” vs 연준 “연방이 나서야”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연준을 향해 마이너스(-)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의 혜택을 받는 만큼 미국도 ‘선물(GIFT)’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큰 숫자”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 연말 마이너스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자, 이에 편승해 금리인하 압박을 재개한 셈이다. 다만, 코로나19 국면 이후 연준의 파격적·선제적인 각종 통화완화정책을 의식했는지, 과거와 같은 비난은 삼갔다.

그러나 연준은 다른 옵션이 사라질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파월 의장이 13일 예정된 연설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낮추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면서 파월 의장이 강한 반대 의사(strongly oppose)를 보일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마이너스 정책을 들여다봤고 다른 곳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모니터링했다"면서 "우리는 계속 모니터링하겠지만 우리는 미국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적절한 정책 대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은 회사채를 포함한 채권이나 부동산 등을 매입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다.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12일 연준은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개시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 또한 마이너스 금리를 두고 잇달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은 미 단기금융 시장 구조가 일본·유럽과는 다른 탓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 역시 최근 마이너스 금리는 “정책 툴 가운데 약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은 되레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돈을 풀라”고 역(易) 압박에 나섰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1일 한 강연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미국에서 활용할 수단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못 박으면서 “연방정부가 자금을 빌려 기업과 가계, 지방정부를 돕기에 적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1조달러(1220조원) 규모의 제5차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미 의회와의 협상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겉으론 기존 1~4차 부양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향후 5차 부양책의 향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뉴욕·캘리포니아 등 사실상 ‘민주당 강세’ 지역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인 이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게 미 언론들의 지적이다.

앞서 미 의회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83억달러(10조원), 1000억달러(120조원), 2조2000억달러(2680조원), 4840억달러(590조원)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3조달러에 육박하는 경기부양책들을 잇달아 통과시킨 바 있다.

전문가들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가능성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연준이 최후의 수단으로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것으로 보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수익률 곡선 제어와 같은 정책을 쓸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도쿄 소재 스미토모 미츠이 트러스트 뱅크의 아야코 세라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할 경우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커다란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야코 세라 전략가는 "연준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한 시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 기업들 상당수가 자금 조달을 위해 신용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기준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지면 회사채 시장의 교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