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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정의선의 만남...밀당 시작되나?자동차에서 협력하지 않던 삼성과의 공존 가능성 시사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만났다. 둘의 공식적인 만남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의미있는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절묘한 밀당(밀고 당기기)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년회에서 만나고 있다. 출처=뉴시스

한국형 뉴딜, 그리고 액션플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현대차 임원들은 13일 충남 천안 성성동에 위치한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신기술에 호기심을 가진 상태에서 확인하려는 차원의 방문을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재계에서는 둘의 만남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최근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대한 재계 총수들의 적극적인 화답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년차를 맞아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며 미래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한 가운데, 재계 1위와 2위 수장이 모여 미래차 비전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물론 두 사람의 회동으로 당장 의미있는 업무협약 등이 체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재계 1, 2위 수장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다.

▲ 출처=삼성

삼성의 기술력
두 사람의 만남이 삼성이 보유한 전고체 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성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것으로, 현재 사용중인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한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전고체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으며 이 기술은 전고체전지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당연히 리튬-이온전지 대비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임동민 마스터는 “이번 연구는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핵심 원천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새로운 배터리 기술력에 관심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도 새로운 전기차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2025년까지 친환경 차 44종을 운영하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채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코나, 니로 등 전기차 9종을 선봉으로 삼아 현대와 기아차 모두 합쳐 글로벌 전기파 판매 점유율 4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극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E-GMP를 탑재한 첫 전기자는 코드명 NE다. 현대차가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45'를 기반으로 삼았으며 내년 1월 출시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의 기술력을 확인하고, 이 부회장과의 전격적인 만남이 성사됐다는 평가다.

▲ 현대차 NE. 출처=뉴시스

밀당의 귀재?
두 사람의 만남이 새로운 전기차 로드맵을 위한 동력이 필요한 현대차와,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삼성의 필요에 따라 성사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삼성의 전고체전지 기술이 당장 상용화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당장의 협력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의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의 전고체전지 기술력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번 회동의 이면에 더 큰 그림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현대차가 자동차 사업에 있어서는 삼성과 절대 협력하지 않았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1994년 삼성중공업을 통해 상용차를 출시하며 완성차 업계에 도전한 바 있다. 이어 1995년 자본금 1000억 원으로 삼성자동차가 공식 출범했으며 1998년 3월 첫 모델인 중형 세단 SM5가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정부는 5대 그룹 계열사 빅딜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몇차례의 변곡점을 거치며 프랑스의 국영자동차 업체 르노가 닛산자동차의 지분 36%를 인수해 탄생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Renault-Nissan Alliance)가 2000년 4월 6200억 원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완성차 업계에 도전한 삼성의 쓰라린 기억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삼성의 자동차 시장 진출 전례를 두고, 일정정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후 전장사업팀을 출범시키는 한편 한 때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까지 타진하자 이러한 경계심은 더 높아졌다는 말이 나왔다.

물론 이 부회장 체제의 삼성이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의 자동차 관련 사업에 있어 현대차가 어느 정도의 경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재계의 정설이다. 그런 이유로 현대는 자동차 분야에 있어 삼성과의 협력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그룹의 비전 중 하나인 전기차에서 삼성과 배터리 부문의 협력을 타진하자, 재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NE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확정된 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전기차 모델에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했고,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 물량이 주로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최근까지 LG화학과의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골자며 이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에는 협력의 밀도가 낮아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지 선정에 있어 당초 충청남도 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아예 동남아시아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 발표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의 E-GNP 기반의 첫 전기차인 NE에 SK이노베이션의 베터리가 들어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결정은 지난해 12월 내려졌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만, 현대차가 LG화학과 치열한 특허분쟁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물량을 NE에 투입한다는 점은 '묘하다'는 후문이다.

그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LG화학과 밀접한 협력을 유지하던 현대차가 NE 물량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으며 일종의 균형을 맞추는 한편, 이번 삼성 방문을 통해 "삼성에도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5.5GWh를 기록해 전년 대비 2.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파나소닉을 누르고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밀접한 관련을 맺던 LG화학과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삼성SDI와의 협력까지 공개적으로 타진하며 소위 '밀당'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5.13  12: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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