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를 완화한 이후 다시 문을 연 방콕의 에라완 신사(Erawan Shrine)에서 플라스틱 보호마스크를 착용한 태국 전통 무용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출처= 태국 관광청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클레타나 탕워라차이는 태국 방콕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왕궁 근처의 카오산 로드 (Khao San Road)에서 관광객에게 기념품과 전통 옷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가게는 반짝이는 자석, 알록달록 채색으로 화려한 코끼리 열쇠고리, 그리고 이제는 동남아 배낭 여행객들의 비공식 유니폼이 될 정도로 널리 유행하고 있는 무늬 면바지 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요즘엔 사러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코로나 대유행은 관광 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 World Tourism Organization)은 올해 국제관광이 2019년에 비해 80% 이상 줄어들고 최소 1억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관광산업이 국내 총생산의 18%를 차지하는 태국 관광청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6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국에는 클레타나처럼 관광객에 생계를 의존하는 많은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이전에 클레타나는 하루에 300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4월부터 태국 정부가 모든 국제선 입국을 금지한 이후 그녀의 하루 수입은 2달러, 때로는 0달러인 날도 있다.

그러나 10년 넘게 거리에서 기념품을 판매해 온 45세의 클레타나는 간간히 지나가는 관광객이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며 매일 가게를 연다.

관광업의 비중이 큰 세계 여러 나라들은 향후 어떻게 관광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방법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일단 사태가 안전해지면 두 나라 간의 방문을 적극 장려하는 ‘여행 붐’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은 아직 대부분의 외국인 입국을 막고 있지만 국내 여행은 허용하기 시작했다. 태국은 관광특구를 두 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러한 각국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행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상승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여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 붐 조성

단기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관광의 미래는 지역적으로 ‘여행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양국간 여행 장벽을 없애는 ‘여행 통로’(travel corridor)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유럽에서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이 5월 15일부터 3국 시민간 국경 자유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비영리 단체인 태평양 아시아여행협회(PATA)의 마리오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과 태국도호주-뉴질랜드 같은 ‘무장벽 여행 통로’ 조성을 검토할 것을 조언했다.

항공 전문 애널리스트 브렌든 소비는 유럽과 북미에서도 이와 유사한 협정들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각국이 이 같은 제휴 상대를 찾을 때, 각 나라들이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우선으로는 제휴 상대국으로부터 코로나가 통제되고 있는 믿을 수 있는 통계 데이터가 있는지를 찾을 것이다.

홍콩대학 관광지리학자 벤자민 이아킨토 교수는 "각국은 이미 지정학적 관계가 강한 국가들끼리 짝을 이룰 것”이라며 뉴질랜드와 호주는 이미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어 그들의 짝을 이루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아웃바운드 관광시장인 중국의 경우, 코로나 유행기간 동안 반중 감정이 고조된 곳으로의 여행 개방에는 관심이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행 붐’ 정책은 매우 취약하다. 상대국에서 코로나가 재발하면 이 여행 통로는 금방 다시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 태국 방콕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왕궁 근처의 카오산 로드 (Khao San Road). 코로나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출처= Bangkok Post 캡처

국경 재개방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행 붐’이 이루어지는 지역권을 벗어난 여행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아시아로의 여행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PATA의 하디 CEO는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도 미국인들의 자국내 여행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황이 수습되지 않은 나라들은 일정 기간 동안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여행 붐’ 조성 이외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태국은 특정 지역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자유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로 섬과 같은 한 곳으로 관광객들을 효과적으로 제한시키는 것이다.

태국 관광청은 "이 방안은 일종의 격리 효과를 낼 수 있어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를 들어, 호주인들이 태국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2주간 격리를 거쳐야 한다면, 섬 관광 아이디어는 그다지 인기가 없을 지도 모른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나라들은 그들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 규칙을 완화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는 2주간의 격리를 조건으로 유학생들의 입국 허용을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 면역 여권

9/11 이후 전세계 공항들은 탑승객들의 소지품과 화물을 검사하는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춘 그런 유사한 추가 조치들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공항에서 온도를 확인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당국은 신속한 테스트가 정확하다는 점을 확신시켜야 하고, 탑승자가 탑승 얼마 전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 다른 제안은 승객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지를 입증하는 면역 여권을 소지하는 방안이다. 중국은 이미 그런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모든 시민들이 그들의 건강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QR코드를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식당과 쇼핑몰에 들어가려면 QR 코드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방식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면역 여권은 코로나 19에서 회복한 사람들은 다시 감염될 수 없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회복자들이 제2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항체를 갖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설사 그들이 면역력이 생겼다해도,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이 방식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항체 검사가 필요한데, 우리는 아직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

면역 여권은 또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받았는지를 나타내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시중에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18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고, 전세계적으로 대량 예방접종이 가능하기까지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또 다른 예측

관광의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코로나가 관광을 영원히 바꿀지(물론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포함해서)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PATA의 하디 CEO는 지금이 새로운 리셋의 기회로 보고 있다. 즉, 과잉 관광(overtourism)이 지역 문화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같은 오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검토할 때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광은 보다 더 느리고 더 사려 깊은 관광이 되어야 합니다. 여행자만 즐기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지역 사회에도 혜택을 주는 관광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그것은 클레타나 같은, 방콕에서 관광 산업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들은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카오산 로드에서 툭툭(tuk-tuks)을 운행하는 니웨트 푸미웨순손은 "70달러 정도 벌던 하루 수입이 2달러로 떨어졌다. 수입이 전혀 없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방에 살고 있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생활비도 보내주지 못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

하루 종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면서도 니웨트는 동료들과 서로를 응원하며 하루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