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금융안전망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한국과 EU의 통화스왑을 주한EU대사에게 제안했다. 

전경련은 12일 개최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사 초청 기업인 조찬간담회’ 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EU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기업인 출입국 제한 완화, 유럽 현지 진출 우리기업 지원, 한-EU 통화스왑 등 세 가지 안을 제안했다. 이번 조찬간담회는 2019년 기준 대(對)한국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경제권과의 지속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비롯,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보다 발전된 경제협력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통화스왑이란 두 거래 당사자가 계약된 때에 약정된 환율에 따라 해당통화를 일정시점에서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단기적 관점으로는 외화를 ‘차입’해 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자국통화를 맡기고 그 가치에 상응하는 상대국의 통화를 가져오는 ‘교환’의 성격이 더 강하다.  경기의 불안정할 때 환율 시세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한 가지 대응책이다.  

전경련이 제시한 외국인 투자통계(2019년 도착금액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액수는 EU가 약 71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53.4%)을 차지했다. 그 뒤를 아시아(중화권 제외) 34억9000만달러 (26.3%), 미주 25억1000만달러(18.9%) 등이 이었다. 이에 전경련은 경기의 장기침체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EU와의 통화스왑 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사에게 전하는 인사말에서 “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유럽 27개국에 진출해 있고 한국인의 일상에 유럽산 제품들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양국간 협력이 긴밀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은 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면서 “최근 EU에서도 조속한 경제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있는 만큼,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기업인 패스트트랙과 같은 조치가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코로나 위기인 지금이 바로 원-유로화 통화스왑 체결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라며, 미하엘 대사에게 이를 EU집행위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세계 2대 기축통화인 유로화와의 통화스왑이 한-EU 양대 경제권과 양측에 진출한 기업들 모두에 필요한 금융 안전망이자, 상징적인 경제협력 장치”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과 EU는 한-EU FTA를 통해  양 경제권의 교역 확대와 기업의 투자를 지원해 왔으나, 통화스왑 추진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EU간 교역규모는 2019년 기준 1086억달러(약 132조원)로 양 경제권에 진출한 한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총 3200개가 넘는다. 실제 EU는 한국의 수출 3위, 수입 2위의 주요 교역 대상국이며 한국은 EU의 수출 8위, 수입 7위 대상국이다. EU는 2019년 우리나라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 기준 1위 투자국이기도 하다.

덧붙여 권 부회장은 “코로나 이후 경제 정상화를 위해 유럽 각국 정부의 지원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대사께서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은 현재 미국, 중국, 캐나다, 호주 등 8개국과의 양자간 통화스왑을, ASEAN+3개국과 다자간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거래 통화비중은 미국달러화(87.6%), 유로화(31.3%), 엔화(21.6%), 파운드화(12.8%) 순이다. 이를 감안할 때,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왑은 6개월 한시적으로 체결한 미국이 유일하다. 

전경련의 제안에 대해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와 결속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과 EU가 서로에게 중요한 교역 및 투자 파트너이자,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는 지지자로서 한-EU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 한-EU FTA가 새로운 기술과 산업,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확실성과 위기로부터 경제적 타격을 줄이고, 한-EU간 무역․투자 확대를 위해 한-EU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과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을 비롯해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등 주요 업종단체 대표와 GS건설, 삼양바이오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 및 회원사 20여명이 참석해 유럽내 현안 등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