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치료제 개발 가속화

셀트리온ㆍ비어, 개발 진척 주목

이뮨메드 'hzVSF' 고령ㆍ최증증환자에게 투여 길 연다

▲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는 지속해서 코로나19가 유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을 받던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의 효과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때문에 셀트리온과 비어가 각각 개발하고 있는 항체 치료제와 이뮨메드가 치료목적 사용을 진행 중인 ‘hzVSF’가 주목된다.

렘데시비르ㆍ클로로퀸, 사망률을 보자

12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2시에 개최한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총 누적 환자는 86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9일 39명으로 30명대에 진입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감소세를 나타내다가 지난 6일 2명까지 떨어졌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후 이달 8일 12명, 9일 18명으로 증가해 전날 34명부터 다시 30명대에 올라섰다. 집담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확인된 확진자 35명 중에서는 지역별로 서울 20명, 인천 2명, 경기 4명, 충북 3명 등이 확인됐다.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는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계절성 독감처럼 유행을 반복할 것”이라면서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주목을 받던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은 임상에서 애매모호한 효과를 나타냈다.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승인을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효과에 대한 의문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길리어드가 발표한 렘데시비르 임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투여 14일 후 2단계 이상 임상적 개선은 5일 투여군에서 64.5%, 10일 투여군에서 53.8%가 나타났다. 퇴원은 5일 투여군이 60%, 10일 투여군이 52.3%했다. 증상 발병 10일 이내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환자의 60%가 퇴원했으나 10일 이후 투여받은 환자는 49% 퇴원했다. 길리어드는 해당 임상의 확장을 위해 추가 5500명 환자를 등록 중이다. 관련 연구결과는 5월말 발표될 전망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NIAID)가 주도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렘데시비르 투여 후 회복시간이 4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NIAID는 1063명 환자를 렘데시비르 투역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결과 렘데시비르 투여군은 중간값 11일로 위약군 중간값 15일에 비해 회복속도가 31%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임상에서는 다만 투여군과 대조군 사망률은 각각 8%와 11.6%로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진 못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임상 결과는 더 심각한 결과를 냈다. 닐 슐러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클로로퀸을 처방한 환자와 위약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 사망에 이를 확률이 두 집단에서 거의 같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대상 환자는 투여군 811명, 위약군 565명이었다.

업계 전문가는 “렘데시비르는 감염 초기에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치료제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임상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는 있는데 사망률을 크게 개선하진 못했다. 애매모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이냐 비어냐, 항체 치료제 어디가 빠를까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는 150여개가 연구되고 있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기존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발 진척이 빠른 코로나19 항체 신약으로 비어가 개발 중인 약과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를 꼽고 있다.

미국계 바이오텍인 비어는 글로벌 제약사 GSK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과 관련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한 기업이다. 이 기업은 3~5개월내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비어와 GSK는 ‘VIR-7831’ 및 ‘VIR-7832’로 식별된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가 유발하는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SARS)에 높은 친화성을 나타내는 특정 항체 후보물질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제3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비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신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부터 기술이전을 받기 시작해 2021년부터 제3공장에서 해당 임상 및 상업화용 치료제를 생산할 예정이다. 비어의 코로나19 신약 후보물질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가속화 절차(패스트트랙) 승인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해 최종 항체 후보군 38개를 선별하고 본격적인 세포주 개발에 돌입했다. 세포주는 대량 증식을 통해 원하는 항체의약품을 만들어주는 세포다.

셀트리온은 세포주 개발 완료 시 인체 투여용 임상물질 생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 기업은 실험용 쥐 대상 효력시험과 원숭이 등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을 병행하기로 했다. 오는 7월 국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해외 영업 및 마케팅 등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유럽 등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한 지역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앞서 “항체의약품은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기업(셀트리온)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연내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빠르면 2021년 중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뮨메드 'hzVSF' 고령ㆍ최증증환자에게 투여 길 연다

한국 바이오텍 이뮨메드가 개발하고 있는 바이러스억제인자(VSF)를 사망 가능성이 높은 고령과 최중증 환자에게 투약하는 방법도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인체 투여용인 ‘hzVSF’는 앞서 의사 등 연구자가 주도하는 치료목적 사용 제도를 활용해 중증 환자 7명에게 투약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환자는 칼레트라 등 앞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가능성이 나온 의약품을 투여받음에도 상태가 악화됐지만 hzVSF를 투약받고 증상이 개선됐다.

치료목적 사용은 대체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 대해 연구자나 제공자(회사 등)의 주도 하에 환자에게 약을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든 인도적인 제도다. 이뮨메드는 앞서 활용한 hzVSF 치료목적 사용을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의약품을 투약받던 환자가 증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hzVSF 투여 후 증상이 개선된 것은 상식적으로 hzVSF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이뮨메드가 개발 중인 바이러스억제인자(VSF) 인체 투여용 'HzVSF v13주'. 출처=이뮨메드

이뮨메드는 제공자 주도의 소규모 치료목적 사용을 진행 중이다. 이는 2인 이상 25인 미만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중인 의약품을 투약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투약이 시작돼 7월이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뮨메드는 해당 치료제가 코로나19 임상 증상에서 치명적인 부분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폐 섬유화’ 등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소규모 치료목적 사용 프로토콜을 디자인했다. 소규모 치료목적 사용에서는 1일, 3일, 7일, 14일, 28일째 환자에게 hzVSF가 투약된다.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이전까지는 14일자에 투여하고 약을 끊었다”면서 “이번에는 14일째부터 섬유화를 없애는 데 hzVSF가 기여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뮨메드는 또 대규모(25인 이상) 치료목적 사용 제도를 6월에 신청해 고령이나 최중증 환자 등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hzVSF를 투약할 수 있는 길을 열 방침이다. 김윤원 대표는 “대규모 치료목적 사용이 허가되면 hzVSF를 활용하고자 하는 병원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해 이를 투약할 수 있다”면서 “인도적인 차원”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진행하는 임상 2상은 국내 및 이탈리아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해당 임상은 국내에서는 6월, 이탈리아에서는 7월에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2상이 끝나면 3상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의약품 판매를 허가하는 신속허가제도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hzVSF는 글로벌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인 론자가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