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편의점 양대산맥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 야심차게 도전한 해외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몸집만 커졌을 뿐 수익성 확보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리테일의 베트남 합자법인 'GS Retail Vietnam Co., Ltd.'은 지난해 매출액 98억4500만원을 기록한 반면, 당기손실이 33억96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29억5700만원)보다 약 232.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손실폭이 19억5100만원에서 약 74% 확대된 것이다.

GS리테일은 이 법인에 지분 30%를 투자하고 있어 연결기준 사업보고서에는 1억5600만원만이 당기순손실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는 2018년 5300만원보다 약 3배 확대된 수준이다. 슈퍼마켓이 진출한 인도네시아 시장도 손실이 지속되는 중이다. GS리테일 100%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법인 'PT.GS Retail Indonesia'는 지난 3년간 영업손실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BGF리테일 몽골 편의점 2019년 배당금 수익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BGF리테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몽골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의 배당금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는 로열티 수익액조차 공시하지 않았다. 금액이 크지 않아 별도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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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3년여 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만들어 왔다. 포화상태인 국내 편의점 성장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2017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가맹업계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한다며 편의점 업계를 강하게 압박한 것도 한몫했다.

해외에 먼저 첫발을 내딘 곳은 BGF리테일. 이 회사는 편의점 CU를 통해 지난 2017년 '엔텍합 투자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이란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현지 업체에 사업권을 주고 매출 일정액을 브랜드 로열티(사용료)로 받는 것으로, 현지 리스크와 투자비 부담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적인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GF리테일은 2018년 2월 말까지 4개점을 열었고, 이후 2020년 300여개, 2022년까지 1000여개 매장 출점을 목표했었다. 하지만 BGF리테일의 이란시장 안착은 실패로 돌아왔다. 가맹금 지불 문제로 인해 2018년 11월 손실 46억원을 기록하고 1년만에 이란에서 철수한 것.

다행히 BGF리테일은 같은 해 4월 몽골기업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몽골 시장 진출을 준비했었다. 4개월 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CU 매장 6곳을 동시에 열어 현재 60여개까지 확대한 상태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내 베트남 1호점 개점도 예정하고 있다.

편의점 사업만 놓고 보면 해외시장 진출은 BGF리테일이 첫 주자지만, 슈퍼마켓 사업까지 확대하면 GS리테일이 다소 앞선다. GS리테일은 2014년 6월 인도네시아에 지분 100% 법인을 설립하고, 2년여 뒤 자카르타 인근 고급 주택단지내에 'GS THE FRESH'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2017년 7월엔 베트남 편의점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베트남 기업 손킴그룹과 30대 70 지분 투자를 통해 합자법인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1월 GS25 1호점 문을 열었다. 오픈 첫달에만 4개점을 열고 10년내 배트남 점포 2000개 확대와 중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로의 진출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현재 GS리테일이 진출한 해외시장은 여전히 인도네시아(슈퍼)와 베트남(편의점)에 그친다. 점포수는 인도네시아 5개점, 베트남은 59개점이다.

관련업계는 양사가 진출한 지역들이 유통 채널로서 편의점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출지역들 모두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과거 한국 시장에서 편의점업계가 정착하기까지 10여년이 걸렸던 상황과 비슷하다.

실제 국내에서도 편의점은 1982년 처음 등장했으나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다양한 브랜드들이 경쟁을 벌리다 2000년 가까이 되서야 현재의 4강 편대로 자리잡았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편의점 시장은 점포가 몇십개부터 몇백개까지밖에 없는 브랜드들이 난립해 경쟁하는 완전 초기 수준이다. 30년 전 한국의 편의점 시장과 비슷한 상태"라며 "물류망을 갖춰 수익을 내기까지 최소 1000여점 이상 있어야 할 것이고, 수익에 따라 로열티가 나가는 등의 일반적 구조를 고려할때 현재 몇개 점포만으로는 수익이 날 수 없을 것이다. 양사 모두 장기적 시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