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홍콩에서 쥐에서 시작된 E형 간염 환자가 잇따라 보고됐다.

11일 미국 CNN 등 해외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경부터 보고되기 시작한 E형 간염 확진자는 적어도 11명에 이른다. E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E형 간염은 1955년 인도 뉴델리에서 최초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를 비롯한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지에서 주로 발생해왔다.

E형 간염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므로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꼽힌다.

현지 의료진은 홍콩 내 E형 간염 발생이 쥐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대학의 한 미생물 전문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홍콩 내에 서식하는 쥐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사람에게서도 같은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우리는 E형 바이러스가 어떻게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쥐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오염시킨 것인지, 아니면 바이러스 전파에 다른 동물도 관여했는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콩 내에서 가장 최근에 E형 간염 진단을 받은 환자는 61세 성인이다. 조사 결과 이 환자의 집에서는 쥐의 배설물 등 쥐가 서식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환자의 가족에게서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최근 여행 기록도 없었다. 보건당국은 전염 과정을 조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보건당국(CHP)은 공식 발표에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E형 간염 확산의 정확한 경로나 출처를 알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까지 국내에 알려진 간염의 종류는 AㆍBㆍCㆍDㆍEㆍG형 총 6종이다. 대체로 AㆍBㆍC형 간염은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지만 DㆍEㆍG형은 빠져 있다.

건강보험공단 진료 청구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한 결과, 한국에서는 2014년에 79명, 2015년에 97명, 2016년에는 106명이 E형 간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한 성인은 1~6주 내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임신부나 간 질환자, 장기이식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은 E형간염을 앓을 시 위험할 수 있다. 극소수의 환자는 E형 간염으로 간 기능이 상실되면서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E형간염에 2000만 명이 걸리고 약 4만 4000명(2015년 기준)이 목숨을 잃는다. 치명률은 3.3% 정도이며,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