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그 연장선에서 두 수퍼파워가 올해 초 이뤄진 극적인 무역전쟁의 재개를 시사하는 한편, 일종의 진영 가르기에 나서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신냉전 시대가 펼쳐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미국의 압박
미국과 중국은 올해 초 극적인 무역전쟁 휴전을 끌어냈으나, 코로나19로 다시 대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가오는 양회를 통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승부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팬데믹 선언이 나온 후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 부르며 그 책임소재가 중국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지난 4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TF 브리핑에서 "나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다며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폭탄발언을 한 상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6일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발을 빼기는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현지 행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대만지원법의 정식 발효를 승인하며 이미 중국과의 난타전을 준비한 바 있다. 대만 지원법은 미국이 대만의 안전과 번영에 부적절한 영향을 주는 국가에 대해 경제,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주는 법안이며 이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이 이구동성으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이런 가운데 CNN은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함께 코로나19에 있어 중국 책임론을 공동으로 추궁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보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과 함께 중국 책임설을 제기한다는 보도와 함께 CNN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주권 면제 등의 현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중국과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중국과 무역 관계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중국과의 경제전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에서 워싱턴 소재 중국 대사관의 주소에 중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의사 고 리원량의 이름을 붙이자는 말이 나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중국 대사관 주소를 현재의 '3505 인터내셔널 플레이스'에서 '리원량 플라자'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홍콩 SCMP에 따르면 관련된 주장은 이미 법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중국을 자극하는 현안이지만, 중국은 현재 고 리원량을 두고 열사 칭호를 부여하는 등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어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공식적으로 반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의 반격
중국도 앉아서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3월 대만수권법 당시에도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론할 때마다 놓치지 않고 반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교채널까지 총동원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정국을 맞아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일단은 강공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화웨이가 먼저 미국의 조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화웨이의 이러한 자신감에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도 가동중이다. 당장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며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당초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대외팽창 전략을 추구하던 중국이 전염병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며 크게 위축될 것이라 예상됐으나,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장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과 일대일로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된 이탈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 일각에서는 이탈리아가 이를 기점으로 중국과 거리를 둘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러한 전망은 빗나갔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 치솟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이탈리아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히려 중국이 의료진과 마스크를 지원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방역 외교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SCMP는 최근 “서구는 마스크를 수출하고 있는 중국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각국이 중국의 체제를 칭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 서구의 우려”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일대일로가 유럽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로이터는 4월 25일 헝가리가 발칸반도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과 18억5500만달러의 차관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는 헝가리가 본격적으로 중국과 손을 잡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연합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당시 이미 굳건한 협력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긴밀한 공조에 나선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 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고,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어떤 세력이 전염병을 이유로 중국을 비난하는 것을 반대하며 확고하게 중국 편에 함께 서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특히 국채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SCMP는 7일 중국 정부가 몇 개월 내 미 국채 보유량을 본격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는 미국 정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액션플랜에 대한 반작용이다. 현재 미 정가에서는 중국에 지고 있는 1조900억달러의 부채를 두고 일부, 혹은 전부를 무효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다. 다만 이러한 위기상황을 명분으로 삼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전격 매각하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려 경기부양자원을 마련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미국의 경제전쟁을 타개하려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

▲ 출처=갈무리

물론 현실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미중 무역전쟁 당시 희토류 전략 무기화를 검토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다. 여기에 막대한 지원을 단행하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또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고통받는 유럽을 끌어안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보여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