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황금연휴로 인해 반짝 특수를 누렸던 항공업계가 좀처럼 얼굴을 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업계에서는 3월부터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한만큼 다가올 2분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2292억원, 영업손실 657억원, 순손실 101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7%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는 앞서 증권가가 추정한 적자규모 589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제선이 막혀있는 상황이고 그에 따른 여객수요 급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1분기 실적도 기존 전망보다 더 큰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황금연휴 반짝 특수를 누리며 기대감에 부풀었던 항공사들의 상황이 무색할 지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징검다리 연휴 기간 제주 등 국내 주요 관광지로 나들이객이 몰리면서 일부 항공편이 매진되고 주요 항공편의 탑승률이 70% 안팎으로 치솟았다. 제주도 왕복 항공권의 경우 10만원 초중반까지 치솟기도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국내선 탑승객은 총 90만9998명(편도 기준)에 달했다. 하루 평균 13만명이 항공편을 이용한 셈이다.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였다. 

하지만 황금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항공업계는 다시 답보상태에 빠졌다. 연휴가 끝난 이후 항공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아울러 정부가 6일부터 코로나 방역 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했지만 수익성이 높은 해외여행 수요는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다. 

곧 실적발표를 앞둔 항공사들은 줄초상 분위기다. 우선 다음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대한항공은 2015년 3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기록한 영업이익 흑자 행진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을 24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오는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아시아나항공도 대규모 영업적자가 우려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해 별도기준 36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1분기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1분기 영업손실만 3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에 이어 코로나19로 국제선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놓인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나쁘다. 다음주 실적이 예상되는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도 1분기 수백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등 비상장사의 경우 유례 없는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수요 회복이 언제쯤 살아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반짝 특수를 누리기는 했으나 국제선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위주인 데다, 예년에는 황금연휴 기간 해외여행이 급증하며 실적의 일등 공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업계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2분기까지는 국제선 노선의 운항 정상화는 어려울 전망이며, 성수기인 3분기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개학 연기에 따른 방학일수 감소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항공사들은 다음 달부터 국제선 운항을 조금씩 늘리며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6월부터 미국과 유럽 지역 등의 운항 노선을 32개로 늘린다.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선 운항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