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 출처= 쿠팡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14년 3월,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직접 물류 서비스 ‘로켓배송’을 시작한다. 이를 두고 당시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무모한 시도다”, “막대한 물류비용 때문에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쿠팡을 비판했다. 그러나 로켓배송을 통해 쿠팡의 브랜드 인지도는 수직 상승했고 업계에서 쿠팡은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로켓배송은 ‘유통과 물류가 일으키는 시너지’라는 화두를 던져 국내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다. 

2017년 쿠팡은 매출 2조6846억원, 영업 손실 6388억원의 실적을 기록한다. 예상치를 웃도는 큰 영업손실에 많은 이들은 “이대로면 쿠팡은 곧 도산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쿠팡은 이듬해인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4508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2019년 실적 발표가 있기 전, 업계에서는 쿠팡의 영업 손실이 2019년에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4년 연속으로 꾸준하게 증가한 쿠팡의 영업 손실이 지난 2018년 1조원(1조970억원)대까지 늘어난 것을 감안한 예상이었다. 그러나 쿠팡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업 손실 7205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한다. 직전 연도 대비 36%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극적으로 뒤집으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매번 증명해냈다. 그 중심에는 쿠팡의 창립자 김범석 대표이사가 있었다. 

▲ 쿠팡의 비전에 대해 가장 많은 지지를 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왼쪽)과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 출처= 쿠팡

“누가 뭐라 하든, 내 길을 간다”
    
국내 기업의 많은 수장들 중 쿠팡 김범석 대표는 상당히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쿠팡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곧 김 대표 개인의 구상과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김 대표는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본인의 판단에서 어떤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 번 판단하면 모두가 위험하다고 말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추진력을 쿠팡의 지난 행보로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어떤 면에서 강한 독선(獨善)으로 해석되기도 했으며 일각에서는 대표자 개인의 카리스마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무모한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련의 비판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2010년 쿠팡을 창업한 때부터 현재까지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인 ‘한국의 아마존’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단 한 순간도 변경하거나 수정하지 않았다. 그는 쿠팡의 현재 행보나 우려에 대해 대표자로서 전면에 나서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실제 성과들을 보여줌으로 주변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김범석 대표의 리더십이 올린 여러 성과들은 미국의 그루폰(Groupon)을 벤치마킹한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이었던 쿠팡을 국내 유통업계의 절대입지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나 신세계조차 범접할 수 없는 영향력을 자랑하며 오히려 유통대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자신들처럼 바꿔버리는 힘을 보여준다. 김범석 대표가 내린 결단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바로 ‘로켓배송’이다. 

▲ 쿠팡 로켓배송 센터의 규모 변화 추이와 전국 배송 범위. 출처= 쿠팡

‘로켓배송’으로 유통 패러다임 바꾸다

로켓배송은 김범석 대표의 가장 무모한 도전이자, 쿠팡을 현재의 입지에 오르게 한 서비스다. 지난 5년간 보여준 쿠팡의 모든 변화의 중심은 결국 로켓배송이었다. 현재까지도 국내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배송 서비스를 전문 업체들에게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물류센터와 배송차량 등 물류 인프라 구축에 많은 돈이 투입되는 물류의 특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운영방법이다. 유통업체들은 이 비용을 절약함으로 강한 구매력과 가격 경쟁력 등 유통의 기본 역량에 더 집중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이 공식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 바로 김범석 대표가 ‘설계한’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쿠팡이 창업 4년차에 접어든 2013년, 소셜커머스 사업 안정화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쿠팡은 한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외주업체를 통해 제공되는 배송 서비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객 불만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김범석 대표는 “쿠팡의 직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한다면 사고나 고객 불만이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김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경영진과 공유했고, 2014년 2월 직접배송의 테스트에 들어간다. 이 테스트가 바로 로켓배송의 전신 격인 ‘와우딜리버리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배송의 높은 만족도를 확인한 쿠팡은 배송을 하나의 직접 관리 사업군으로 만들고 이와 관련된 물적, 인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다. 그렇게 해서 쿠팡은 자사의 직접물류 서비스 ‘로켓배송’을 2014년 3월 24일 대구, 대전, 울산에서 처음으로 시작한다. 로켓배송의 배송기사들이 보여준 섬세한 배려들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쿠팡에는 수많은 신규 고객들이 유입된다.  

로켓배송은 그간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만 집중하면서 등한시했던 고객 접점의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 경쟁력인지를 일깨워 준 사례로 남아있다. 이후 국내의 거의 모든 유통업체들과 더불어 배송전문 업체들도 자사의 배송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역량을 집중한다.    

로켓배송으로 인한 고객들의 수요가 점점 커지자 김범석 대표는 자신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인 아마존의 통합 물류관리 서비스 ‘FBA(Fullfillment By Amazon)’를 반영시킨다. 전국 각지에 당일배송·빠른배송이 가능하도록 한 물류센터 인프라를 확충함과 동시에 기존의 배송서비스도 새벽배송, 신선식품배송(로켓프레시) 등으로 고객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분화시킨다.     

▲ 최근 쿠팡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를 출시했다. 출처= 쿠팡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3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쿠팡에서 김범석 대표는 전략 기획과 투자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모든 것을 총괄하는 단독 대표의 무게감을 더는 대신 쿠팡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그려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의 주도하에 분명 쿠팡은 많은 것들을 이뤘다. 

그러나 쿠팡이 갈 길은 아직 멀다. 궁극적 목표로 쿠팡은 아마존의 비즈니스를 늘 언급하지만 사실 글로벌 최강의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언급하기에 쿠팡의 현재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2010년 김범석 대표가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쿠팡을 처음 시작할 때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울러 쿠팡과 김 대표는 수많은 이들이 넘겨짚어 예상해 온 많은 문제들을 보란 듯이 극복해 왔다. 김 대표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가 지금껏 쿠팡으로 보여준 결단력은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