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브라이언트 존슨 지음, 정미화 옮김, 부키 펴냄.

美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를 이렇게 소개하게 될 줄 몰랐다. 자서전도, 평전도 아닌 근력 운동 매뉴얼이라니.

긴즈버그(통칭 ‘RBG’) 대법관은 젠더 평등과 소수자 권리를 위해 온 몸으로 투쟁해온 ‘시대의 아이콘’이다. 특히 소수자를 겨냥한 차별들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법의 부당함’을 증명해온 그의 투쟁은 사법의 새 역사를 만들어 왔다.

긴즈버그는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재직시 성(性)을 뜻하는 용어로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섹스’(sex) 대신 사회적 성의 가치가 담긴 ‘젠더’(gender)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었다. 1993년 60세 나이에 연방대법관이 된 이후 연방대법원 내 진보 성향의 소수 의견을 대변하며 ‘RBG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앞서 밝힌 대로 팔순 긴즈버그의 홈트레이닝 운동법이다. 지난 20년간 개인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과 함께 ‘주 2회 1일 1시간씩’ 해온 운동의 기록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긴즈버그의 법조인으로서의 위대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긴즈버그는 네 차례나 암을 겪었다. 1999년 대장암, 2009년 췌장암, 2018년 폐암, 2019년 다시 췌장암을 앓았고, 매번 극복했다. 브라이언트와는 대장암에서 회복 중일 때 남편의 권유로 만났다. 당시 긴즈버그는 트레이닝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확고했고, 두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짰다.

책에는 ▲목 돌리기, 골반 돌리기, 상부·복부 스트레칭, 햄스트링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 ▲체스트 프레스,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 풀 다운, 시티드 케이블 로우, 체스트 플라이, 스탠딩 케이블 로우, 오버헤드 트라이셉 프레스, 한 발 스쿼트, 덩키 킥, 힙 어덕터, 프런트 플랭크·사이드 플랭크, 숄더 프레스, 백 로우, 바이셉 컬, 레그 스윙, 보수볼 스쿼트, 벤치 싯·스탠드 등이 긴즈버그를 모델로한 그림과 함께 소개된다.

지난 1월 8일, 긴즈버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암이 다 나았다(cancer free)”고 선언했다. 췌장암 재발 6개월 만의 일이다. 긴즈버그의 삶을 더 알려면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2018),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나는 반대한다’(2018)를 보면 되겠다.

한편, 서평을 쓰던 5월 7일 외신들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급성 담낭염으로 1박 2일간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했다고 일제히 타전했다. 영국 BBC는 그가 병상에서도 두 건의 재판을 준비하고 원격 재판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오바마 케어’의 핵심인 ‘부담 적정 보험법’과 1991년 제정된 ‘연방전화소비자보호법’과 관련된 구두 변론재판에서 “긴즈버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하게 들렸지만 심리를 따라잡으려고 애를 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