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 강화 예상

노조설립 강화로 일시적 혼란 가능성도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주(株) 주가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향후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부회장과 연루된 재판들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준법의지와 무노조경영 철회, 시민사회 소통 등을 약속했다.

▲ 출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정동익 연구원은 “이번 대국민 사과와 약속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 강화와 이에 따른 일시적 혼란의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주회사 설립 등도 중장기 과제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준법·윤리경영의 정착과 합리적 노사관계가 안착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이는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도 지배구조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은 대체로 세대 사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롯됐다”며 “이 부회장이 4세로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들은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히 감소하면서 온전히 실제 기업 가치에 근거한 평가를 받게 돼 긍정적”이라고 봤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이해관계도 상당부분 일치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대로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불확실성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이해관계를 불일치시키는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며 “이 부회장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오로지 집중하겠다고 직접 밝히면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 역시 같은 방향으로 정확한 일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부회장은 "노사문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노사관계 법령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 확실히 보장하겠다"면서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외견상 마침표를 찍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 KB증권

김 연구원은 "이 부회장은 입장을 발표하며 '향후 삼성이 미래도약을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반도체 부문의 사업강화로 추정된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중심에서 비메모리로 확대하고, 전장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등으로 신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 이 부회장의 선언인 만큼 향후 재판 결과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 의지 표명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사과보다는 법적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연루된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에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 증거인멸은 항소심, 분식회계 부분은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전날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일제히 강세를 보였던 삼성그룹주들은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등락이 엇갈렸다.

삼성에스디에스는 전날에 이어 5% 이상 급등했다. 이날 삼성에스디에스는 9.26% 상승한 17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전일 강세를 보였던 호텔신라우선주는 4.57% 하락한 5만8500원을 기록했고, 삼성물산은 2.82% 하락한 10만350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