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항공주 손절매

지난 5월 2일, 버크셔 해서웨이가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에 497억 달러(60조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이 이끄는 투자회사.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 사상 최대 손실. 전년 동기에는 216억 6,000만 달러(26조 원)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이번 손실은 545억 2,000만 달러(67조 원)에 이르는 투자 평가손의 영향이 컸다. 버핏 회장 투자 주식조차 코로나19로 인한 급락을 피하지 못한 것.

주목할 상황은 버핏 회장이 이날 온라인 연례 주주총회에서 밝힌 최근 미국 4대 항공사 주식도 전량 매도 소식. 버핏 회장은 델타,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항공의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고 밝혔다. 총 규모로는 60억 달러(7조 원) 가량이었다.

버핏 회장은 항공사 투자는 자신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내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버핏 회장은 “항공업계는 코로나19와 같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에 의한 ‘셧다운’으로 정말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말 보유 현금성 자산은 1,370억 달러(167조 원). 버핏 회장은 “매력적 투자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공주와 연동된 정유주의 하락

버핏 회장이 온라인 연례 주주총회에서 ‘1분기에 497억 달러(60조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지난 5월 2일. 버핏 회장의 발언은 뉴욕증시에 바로 영향을 끼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1% 이상의 급락세로 출발했고, 장 막판에 극적 상승했다.

CNBC는 “코로나19 발생 원인을 둘러싼 미중 관계 악화와 버핏 회장의 미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이 악재로 작용했으나 미국 주요주 경제 재개 속에 미국산 유가가 급등한 것이 이날 장 막판 주요지수를 모두 상승세로 돌려놨다”고 보도했다.

뉴욕증시는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 지수는 23,749.76으로 0.11% 상승 마감. 전고점 2월 12일의 29,568.57과 비교하면, 무려 20% 떨어진 상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점을 3월 23일의 18,213.65와 비교하면 큰 폭 상승이지만, 여전히 시장은 불안하다.

엑손모빌(+4.03%) 쉐브론(+2.24%)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정유주들이 다우존스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애플(+1.41%)과 마이크로소프트(+2.45%)의 주가 상승도 다우존스 지수 오름세를 거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지수 상승을 선도한 것은 정유주였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지난 5월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39달러. 런던 ICE 선물 거래소의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은 배럴당 27.20달러. 연초 60달러 대에서 20달러 대로 급락한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발원설

지난 5월 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ABC뉴스 ‘디스위크’와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래했다는 “상당한 양의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것이 우한에 있는 그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양의 증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중국이 세계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고 수준 이하의 연구소를 운영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면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3일, 트럼프 대통령도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폭스뉴스와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슷한 논조의 발언을 했다. 중국이 전 세계를 오도하고 이 질병이 대유행하자 이것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매우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것을 덮으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 정보가 곧 내놓을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중국 발원설에 대해, 서방정보기관 네트워크인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기원했다는 미국 주장을 반박했다.

 

중국 고립화와 중국 발 대공황

지난 5월 4일, 중국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코로나19 중국 발원설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미국 주장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코로나19 중국 발원설은 미중 양국 지도부의 사활을 건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증거가 없다면, 미국은 단독으로 중국 고립화에 나설 것이다. 증거가 있다면, 미국은 세계 각국과 연대, 코로나19 사태 야기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게 물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 고립화로 인한 부메랑을 미국, 혹은 미국과 연대한 세계 각국이 고스란히 되맞을 것이라는 사실. 세계 각국의 가장 큰 교역 대상국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중국도 같다.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염려, 혹은 코로나19 발원 여부를 따지면서 세계와 대치하면, 중국이 받을 피해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중국 역시 세계 경제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핏 회장이 미국 항공주를 손절매한 이유.

유가 하락 상태에서, 항공사 위기는 호텔, 관광업 등 관련 산업 전반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일시적 경기 침체가 산업 전반으로 번지면,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어떤 행보를 취할까?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다. 일시적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국 고립화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떤 상황이 발생될까? 미국과 선진국은 디플레이션, 중국은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유동성 공급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미국과 선진국은 건전재정에 대한 자각으로 긴축정책을 펼치겠지만, 중국은 부동산문제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명분전쟁은 중국 발 대공황을 미국에 선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