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용 부동산 회사 쿠시만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는 근로자들이 사무실로 복귀해도 사회적 거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위해 '6피트(1.8m) 사무실’이라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출처= Cushman & Wakefiel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발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여행을 금지하고 매장과 놀이 공원의 문을 닫았으며, 모든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대중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제, 중국은 점차 정상화로 회귀하고 있고, 서방의 다른 나라들도 조심스럽게 경제활동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코로나 초기 발병에 대응해야 했던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초기 경험을 자국에서도 활용할 것이다.

나이키, 스타벅스,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들의 대응 방식은 월가 분석가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최근 "중국의 위기에서 다른 면을 경험했다. 중국에서의 경험이 다른 지역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도 이번 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회사 최대 규모의 공장을 재개할 때 중국에서의 공장 재개 경험을 참조했다.

그러나 재계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재개를 위해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전략들이 우리의 삶을 예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복귀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는 이미 우리가 일하고, 쇼핑하고, 기업을 관리하는 방식을 영구적으로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IBM 중국법인의 알랭 베니초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일해 온 방식의 여러 곳에 비상등이 켜졌다”며 “우리는 뉴노멀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이 앞으로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리고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는지 보도했다.

일하는 방식

상업용 부동산 회사 쿠시만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데스피나 카치카키스 파트너는 전 세계 기업들에게 코로나 이후의 업무 복귀에 대한 자문을 해 왔다.

이 회사는 이미 중국에서 1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을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을 도왔다. 그는 “코로나 위기가 우리가 하는 일의 미래를 10년이나 빨리 앞당겼다”고 말했다.

회사는 암스테르담 사무소에 있는 ‘살아있는 실험실’을 개설하고 '6피트(1.8m) 사무실’ 레이아웃을 선보였다. 회사는 이 개념을 중국으로부터의 경험과 전 세계 노동자 및 고객들로부터 받은 다른 피드백에 근거해 만들었다.

이 레이아웃에서 책상은 6피트(1.8m) 간격으로 놓여 있다. 전 세계의 보건 관계자들은 수개월 동안 사람들에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거리를 유지하라고 충고했다.

근로자들은 또 바이러스가 옮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 전체를 한 방향(시계 방향)으로만 걸어가도록 지시받는다. 이 또한 의료진들이 병원에서 실제로 행하고 있는 행동 방식을 보고 의료 전문가들과의 협의에 근거한 지침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한 해결책, 즉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건물을 어떻게 적절하게 준비할 것인가,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유인할 것인가를 고려한 프로토타입입니다.”

기업들은 또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내 공기여과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조업을 재개하면서 에어컨을 최대한 많이 설치했다. 또 책상에 플렉시 글라스 재채기 보호대 설치를 고려하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카치카키스는 책상 표면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책상 위에 소독 종이를 깔고 매일 교체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 오피스 365+윈도우 10+EMS(Enterprise Mobility+Security)를 통합한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협업 플랫폼)의 재러드 스파타로 부사장은 "메신저 기반 협업 툴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시징 및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현재 7500만 명의 일일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달보다 70%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 나이키는 코로나 기간 동안 가상의 '트레이닝 클럽' 플랫폼을 출시하고 사용자들이 집에서 운동하도록 권장했다. 나이키가 무료로 운영한 이 앱이 회사의 온라인 매출 급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출처= Nike Training Club

쇼핑하는 방식

소매 기술 중심의 리서치회사 코어사이트 리서치(Coresight Research)의 데보라 와인스위그 CEO는 "지금은 어떤 면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말했다.

와인스위그 CEO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에 갇히면서 새로운 일과 생활방식을 창조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그들의 습관을 바꾸는 보통 21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쇼핑 습관을 바꾸고 있는데, 그 중 일부는 꽤 바꾸기 어려울 겁니다.”

와인스위그 CEO는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한 회사 중 하나로 나이키를 들었다. 나이키는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부터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는 전략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 사업이 ‘진짜 가속화’되었다. 나이키는 많은 회사들이 매출 감소를 보인 1분기에 오히려 5% 매출 증가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에서의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존 도나회 나이키 CEO는 "1분기에 중화권 디지털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으며 주간 활동 앱 사용자는 80% 증가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 기간 동안 중국에서 가상의 '트레이닝 클럽' 플랫폼을 출시하고 사용자들이 집에서 운동하도록 권장했다. 와인스위그 CEO는 무료로 운영한 이 앱이 중국 매출 급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또 에어 조던과 같은 한정판 운동화 등 많은 신제품을 온라인에서 출시했다. 나이키는 원래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에서 경쟁해 왔지만 이번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 머무는 고객들에게 가장 먼저 초점을 돌린 회사 중 하나가 됐다.

와인스위그 CEO는 나이키 고객들의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수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면서 “나이키는 일찌감치 변화에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공급망을 관리하는 방식

코로나 대유행은 전세계 공급망의 재창출을 강요할 수도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 겸 경영책임자인 존 크냅은 최근 블로그에 “일반적으로 소비재 공급망은 유연성이나 탄력성보다 효율성에 우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근로자 결근이 증가하고 원자재 및 중요 물자의 부족이 겹치면서 근본적인 위험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기업들이 그들의 상품을 조달하는 방식에 대해 재고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의 공급망 관리를 돕는 홍콩의 케리 로지스틱스(Kerry Logistics)의 윌리엄 마 전무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중국을 드나드는 거의 모든 화물 부문에서 이 같은 차질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는 국경을 넘는 트럭을 수배할 수조차 없습니다."

AI 기반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IBM은, 다음 위기에 대비한 예측 모델링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자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베니초우 IBM 중국의 베니초우 CEO는 "우리는 이번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도와야 한다. 이제 막 문제를 밝혀냈으니 그에 대처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IBM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 발병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공급망의 균열이 노출되었다. IBM은 최근, 포춘 1000대 기업의 90%가 발병이 시작된 중국 도시 우한에 2차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하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리 로지스틱스 마 전무는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는 상당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지 못하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금 확보입니다. 만약 회사의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공급업체들에게 돈을 지불할 수 없고, 그 공급업체는 다시 공급업체에게 돈을 지불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장 빨리 극복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