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눈물의 매각전'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돈이 될 수 있는 유휴자산을 시장에 내놓는 한편 최대한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대표적이다. 유상증자 자체가 곧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금은 찬물 더운물을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 연장선에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의 가치는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최근 제주시 연동의 사원 부지 매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려 41년간 직원 숙소로 쓰이던 곳을 매각한 셈이다. 제주시 연동의 사원 주택은 총 22동이며 2층 빌라 형태다.

▲ 사진=임형택 기자

다만 대한항공은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문은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 그랜드 하얏트 인천, 제주칼호텔도 당분간은 매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아 한숨 돌린 두산중공업도 눈물의 매각전에 나선다.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 매각을 진행하는 가운데 14일 이사회를 통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 매각까지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LG전자도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싱가포르 투자청이 소유한 회사에 넘기기로 결정해 4월 이를 마무리했다. LG전자는 LG 홀딩스 홍콩에 대한 보유 지분 전량(49%)을 싱가포르투자청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리코 창안 유한회사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LG전자가 보유한 LG 홀딩스 홍콩의 지분 49%에 대한 매각금액은 39억4000만위안(약 6688억원)이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하반기부터 베이징 트윈타워 매각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 LG전자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출처=LG전자

이마트도 마곡도시개발사업 지역 부동산을 8158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952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한 데 이어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 구역까지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이번 처분 목적에 대해 "재무건전성 및 투자재원 확보"라고 공시했다. 지난 4월에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인 100만주 전량을 인수했으며 인수금액은 총 1400억원으로 확인됐다.

한편 강원도도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에 나선 상태다. 최문순 강원지사까지 나서 매킨리 컨소시엄과 실사 협약을 체결하는 등 열의를 보였으나 최종 무산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향방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알펜시아의 운영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향후 기업이 보유한 리조트도 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