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등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며,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회장과 3자연합의 묘한 신경구도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사진=임형택 기자

자구안 그림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4일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운영자금 2000억원을 지원하고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나아가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의한 바 있다. 하반기에 예정된 회사채 신속 인수 지원까지 포함하면 1조4000억원이 넘는 지원이 단행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바탕으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유휴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최대 1조5000억원의 자구안을 마련해 산은과 수은에 제출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 대한항공 직원들이 정문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 사진=임형택 기자

경영권 분쟁 ‘묘한 신경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및 유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구안을 마련한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그 후폭풍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유휴 자산 매각에 있어 대한항공은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경복궁 옆 3만6642㎡ 이르는 송월동 부지는 서울 내 금싸라기 땅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서울시가 공원화를 추진하는 등 매각 작업에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고 있으며 그 외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등의 매각도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나 진행 속도는 느린 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호텔사업을 걷어내기 위한 대한항공의 ‘매각 전격전’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털어내는 속도 자체는 느리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 그랜드 하얏트 인천, 제주칼호텔은 당장 매각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자구안 발표를 기점으로 유휴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구안 자체에 유휴 자산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산은과 수은에 자구안이 발표됨과 동시에 매각과 관련된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후폭풍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자구안에 유상증자가 포함된 가운데, 재계에서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유력하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도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며,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1조원 유상증자에 돌입한다면 한진칼도 3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한진칼도 당연히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유력하며, 이렇게 되면 한진칼 지분율이 크게 출렁이게 된다. KCGI(19.36%),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16.90%) 등 3자 연합 지분율이 42.75%를 기록해 조원태 회장 지분율 41.30%을 넘어선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이 자연스럽게 증폭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이유로 한진칼이 조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