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난기류에 봉착했다. HDC현산이 29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을 연기한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미국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해 러시아를 제외하고 모두 승인받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HDC현산은 1조47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17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한편 추가 공모채 발행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는 30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계약 취득예정일을 ‘무기한’ 연기하며 인수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지난 7일 유상증자 납입일정을 연기하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어 29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을 연기하자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HDC현산은 “아직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30일 계약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취득일 변경 공시를 내게 됐다”면서 “계약에 대한 변경 사항은 전혀 없으며 인수절차를 진행 중”이라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경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12일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정몽규 HDC현산 회장은 당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HDC는 계약이 원활히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계약 이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인수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우발 채무 등에 따른 손해배상한도, 금호터미널 헐값 매각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HDC현산 컨소시엄은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금호그룹에 매각 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논란은 금호산업과 HDC현산이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6868만8063주)를 HDC현산 컨소시엄에 넘기는 안을 의결하며 잦아드는 듯 했다. 매각 협상 과정에서 구주 가격과 손해배상한도 등 세부 사안에 대해 줄다리기도 벌어졌으나 양측은 구주는 3200억원, 손배한도는 9.9%로 정하는 안에 합의하고 이날 최종 계약에 이르렀다.

▲ 정몽규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가영 기자

올해 1월 HDC현산이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HDC그룹 미래전략 워크숍’을 연 가운데 이형기 아시아나항공 미래혁신준비단장이 참여해 인수 진행현황에 대한 주요 이슈를 발표하고, 각 대표들이 그룹의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른 의견을 개진해 계열사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HDC현산은 지난 2월 말 사모사채 약 1700억원 발행을 완료했고 3월 5일~6일 진행된 구주주 유상증자 청약도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며 논란이 커졌다. 가뜩이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환경이 어렵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 자체가 타격을 입자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생각보다 큰데다, 항공업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며 논란은 증폭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