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직장인 A씨는 최근 집에서 대부분의 일들을 해결하고 있다. A씨는 영화를 넷플릭스로 시청하는가 하면 운동은 헬스장 대신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으로 대체했다. 음식도 외식보단 배달앱을 즐겨 이용하고 있으며, 쇼핑은 온라인으로 한다. 이처럼 소비스타일이 비대면 위주로 바뀌면서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A씨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일명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인접촉을 피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자 카드사들도 이에 맞춰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 온라인 쇼핑 등의 결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집콕족’ 공략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의 무인화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실물 카드 없이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무인가맹점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에선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도입으로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온라인 결제 승인 실적 급증

지난 4월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3월 온라인 결제 승인 실적은 10조31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결제 승인 실적은 30조7151억원으로 10.4%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온라인 결제 승인 실적은 9조4625억원으로 전년 동월 7조473억원 대비 34.3% 늘었다. 이 기간 오프라인 결제 승인 실적은 30조1901억원으로 전년 동월 30조1570억원 보다 0.1% 증가에 불과했다.

이는 집콕족이 증가한 탓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에 야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오프라인 수요는 감소한 반면 온라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카드사들도 언택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집콕족의 증가로 온라인 수요는 늘고 있어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OTT부터 온라인 쇼핑까지 공략

카드사들은 우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고객 잡기에 돌입했다. OTT는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해당한다.

현대카드는 지난 2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러버’ 카드를 출시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인터넷과 PC, 모바일 등이 일반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을 말한다. 이 카드는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요금 할인 △온라인 간편결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도 구독경제 혜택을 제공하는 ‘딥원스’ 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 시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멜론, 지니뮤직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동일한 혜택이 제공된다.

삼성카드는 넷플릭스 할인 등 OTT 혜택을 담은 ‘V4’를 출시했다. 또 삼성카드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포브스코리아, 멘즈헬스 등 100여가지 디지털 신문과 잡지를 구독할 수 있는 ‘삼성카드 디지털 매거진’에 최초 가입 시 2개월간 이용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앱을 공략한 카드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음원·영상 서비스는 물론 온라인 쇼핑, 배달앱 등 고객 선호 업종 추가 할인을 담은 생활 밀착 업종 특화 상품 ‘KB국민 이지 링(Easy Ring) 티타늄 카드’를 선보였다.

비대면 서비스 속속 등장

비대면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 플랫폼 신한페이판(신한PayFAN)에 스타벅스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신한페이판 ‘STARBUCKS(스타벅스) 오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스타벅스의 비대면 주문 서비스 ‘사이렌오더’와 오픈API로 연결해 스타벅스 앱이나 회원 가입 또는 선불카드가 없어도 신한페이판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직접 화면을 보며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ARS’를 도입했다. 디지털ARS는 기존의 음성 ARS처럼 전화 연결이나 모든 음성 안내를 들으며 기다릴 필요 없이 고객 스스로 화면을 보면서 고객 스스로 화면을 보면서 본인이 원하는 상담 업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BC카드는 올 초 GS25 을지스마트점 ‘무인편의점’에 자사 QR코드 기반 자동결제 기술을 탑재했다. 자동결제 솔루션에 도입된 ‘BC페이북 QR결제’를 통해 무인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별도의 결제 과정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생체간편결제시스템 등을 활용해 결제수단도 간소화 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얼굴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FacePay(페이스페이)’를 선보였으며, 롯데카드는 손바닥 등 사용자 정맥정보로 결제할 수 있는 ‘핸드페이(HandPay)’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에서도 무인화 열풍

카드사들의 무인화 열풍은 사내에서도 활발하다. 그 대표적 예가 RPA 시스템 도입이다. RPA는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해서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말한다.

롯데카드 120개 업무에 RPA솔루션을 도입했다. 실시간으로 접수되는 신규 가맹점 신청과 관련해 △업종등록 △등록가맹점 여부 확인 △대표자 계좌검증 등 기존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입력했던 단순 반복적인 검증 작업을 RPA로 대체했다.

홈페이지 관리 및 온라인결제 모니터링 등 휴일 시스템 점검 업무에도 RPA를 적용해 주말 출근 후 시스템을 체크하는 당직 인력을 대체했다. △일일보고 작성 △비용정산 업무 등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수작업 업무도 RPA수행으로 자동화했다.

이 외에 여러 카드사들도 RPA 도입에 적극적이다. 신한카드는 56여개 업무에, 삼성카드는 47개 업무에 RPA를 도입했다. KB국민카드는 90여개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BC카드는 △회계 처리 △고객사 비용 정산 △각종 보고서 생산 등 60여 가지 업무를 자동화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 등 비용절감이 절실한 카드사들의 무인화 바람은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무효율화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카드사들에게 RPA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카드업계의 향후 RPA 도입 속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해준다면 비용절감 외에도 새로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또 카드사들의 언택트 마케팅은 과거부터 진행돼 온 전략이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향후 그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