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5.3%’. 지난해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 감소율이다. 실적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간 카드사들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된 인하와 격감으로, 어두운 전망만이 비춰져왔기 때문이다. 일부 카드사들의 경우 오히려 순익이 증가했으며, 올 1분기도 호실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 죽는 소리 하던 카드사들의 불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마른 수건 짜내듯 비용을 감축해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이다. 실적을 선방했다는 표현보다는 고생이 많았다고 봐줬으면 좋겠다”.

이 같은 실적은 각고의 노력으로 비용을 감축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 결과라고 카드사들은 입을 모은다. 각종 규제에 침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더 이상 본업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수익다각화 차원의 새로운 사업에도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실적 우려가 나오던 카드사들의 반전 변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당기순익 –5.3% 감소했지만 선방했다는 의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비씨카드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6463억원으로 전년(1조7388억원) 대비 5.3% 감소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익은 5090억원으로 전년 5178억원 보다 1.7%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순익은 3441억원으로 전년 3453억원 대비 0.3% 감소했다. 우리카드의 순익은 1142억원으로 전년 1265억원 대비 9.7% 감소했다.

순익이 증가한 카드사들도 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순익은 3166억원으로 전년 2866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순익도 1676억원으로 전년 1498억원 보다 11.9% 늘었다.

이 같은 카드사들의 실적은 수차례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카드사들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카드 수수료는 최근 10년간 13차례나 인하됐다. 당초 수수료율에 비하면 40~50% 넘게 쪼그라들었다.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수수료에 의존했던 카드사들은 곧 망할 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초부터는 5~10억원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2.05%에서 1.4%로 줄어들었다. 10억~30억원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평균 수수료율을 적용 받았던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된 영세·중소가맹점에게 우대 수수료율 적용해 700억원 상당의 수수료 차액을 환급해 주기도 했다.

올 1분기 순익도 순조로운 모습이다. 잠정 실적을 발표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의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5.3%, 112%, 66.1%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실적 선방의 비결 중 하나로 비용절감 전략이 주효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해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398억원 감소했으며, 마케팅 비용은 7.7%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마케팅 비용 증가 폭은 2015년(17.2%) 이후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혜자’카드 폐지하고 ‘PLCC’ 집중

우선 카드사들은 마케팅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할인·적립 등의 부가서비스를 담은 일명 ‘혜자(알짜)’ 카드를 대폭 폐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64종의 혜자카드가 단종 됐다. 특히 역마진이 큰 상품인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들이 줄줄이 없어졌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7월 아시아나클럽카드 발급을 중단했으며, 삼성카드는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 ‘전자랜드 7’을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카드는 항공마일리지 특화카드 ‘크로스마일’을 폐지했다.

NH농협카드도 지난해 10월부터 20여종이 넘는 항공 마일리지 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금융당국도 카드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향후 혜택 좋은 혜자카드를 찾아보기는 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혜자 카드를 줄이는 대신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카드 출시로 비용을 줄이면서 혜택을 보완했다. 카드업계 자체상표(PB) 상품이라 불리는 PLCC카드는 제휴기업과 상품 비용‧수익을 공유해 카드사들의 마케팅, 모집 비용 부담이 덜하다.

지난해 현대카드‧삼성카드‧롯데카드 등 여러 카드사들이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롯데 포인트 등 가맹점들과 협력한 카드를 줄줄이 선보였다. 2018년 말 PLCC 본부를 만들면서 PLCC 역량을 강화한 현대카드는 최근 대한항공과 손잡고 마일리지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오프라인 ‘몸집 줄이기’

카드사들은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며 몸집 줄이기에도 주력했다. 지난 2년간 사라진 카드사들의 영업점포는 125개에 달한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국내 영업점포수는 203개로 전년(261개) 대비 22.2% 감소했다. 2017년(328개)과 비교하면 38.1%나 줄어들었다.

카드 모집인수도 대폭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 카드 모집인수는 1만1413명으로 2016년 말 2만2872명 대비 50.1% 감소했다. 지난해 오프라인 신용카드 발급 비중은 73.4%로 2015년 93.7% 대비 20.3%포인트 줄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 줄이기 전략에 있어 오프라인 규모를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며 “모집인 비용이 들지 않는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카드 발급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맹점수수료수익은 감소했으나, 영업점·모집인 축소 등 카드사 자체 비용절감 노력과 할부금융 강화 등 사업다각화 추진으로 당기순이익 감소폭을 최소화했다”며 “본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 신사업 확대 등 사업다각화 및 수익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