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년간 잘 다니면 내가 밥사고 술산다. 만일 못 다니면 자네가 사야 된다. 한번 내기하자”

“예! 과장님. 반드시 오래 다닐 것입니다. 제가 이길 겁니다”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지만 인사과장의 자존심과 폼격으로 어울리지 않는 약속을 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과 한 것이다. 그 어렵다는 회계사(CPA)에 합격하고 대우무역상사에 영업을 해보고 싶다고 공채지원을 해왔다. 회계사를 합격할 정도이니 입사시험 성적은 당연히 좋았다. 뽑아서 연수시키고 부서배치 면담을 하며 주고받은 대화내용이다.

숫자감각과 회계를 안다는 것은 영업, 무역을 하는 데 크게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지식과 매입,제조가격 그리고 판매가격에 금융지식만 더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유연성과 협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때는 뽑은 신입사원 전원을 대상으로 부기교육을 시킨 적이 있을 정도이다.

오죽 했으면 이런 시도를 했을까? 지원자들이 숫자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士)’자 직업군의 일반적 현상들

회계사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가진 대학졸업자들이 일반기업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사(士)’자를 가진 자격증이 대개가 그렇다. 그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유가 좀더 편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합격하면 배타적(排他的)영업권을 가지고 평생을 지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평생을 편하게 지낼 개연성이 높은 대박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시절에 ‘사’자 돌림의 시험 도전이나 고시공부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대학 때 이런 종류의 자격증을 따고도 어렵고 험한 기업 영역에 들어온 것은 남다른 면이 있고 그 편안함의 유혹으로 기업에 오래 다니지 못할 것이라는 보통의 생각으로 내기를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기업에서 활약하고 창업하여 사업을 일으키는 인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극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한 내기였다.

 

기업인들의 기본 생리

인사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일반적인 ‘자격증’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다. 특히 취업준비용으로 대학생들이 취득하는 많은 자격증에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이 자격증은 어떤 것이며, 왜 땄지요?”라는 질문이다.

그러면 답변도 다양하다. 제일 고약한 답변이 “그냥 땄습니다”나 “엄마가 따두면 좋을 것이라고 해서요”라는 경우다. 거기에다가 시험 본 과목도 잊어버리고, 과목을 안다고 해도 기초적인 질문 몇 가지만 해도 답을 못하는 경우는 아예 손사레를 친다. 들어간 비용도 잊어버리면 더 가관이다. 기업에서 일할 사람은 반드시 비용을 투입하면 뭔가 효용이 있어야 한다.

반면, 자격증 준비와 합격을 통해 해당 분야 공부를 느긋하게 하는 것보다 빠듯하게, 그리고 중간목표의 개념으로 도전하는 경우는 그런대로 높이 살 만하다.

 

자격증의 취업에 적용문제

자격증 취득이 취업도전이나 면접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을 정리해 본다.

첫째, 핵심은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한 이유가 있고, 자격증의 개요와 시험과목, 난이도와 검정 비용 정도는 설명이 되어야 한다.

둘째, 지원하는 회사의 산업이나 직무에 있어 직접 필요한 것 중심으로 준비하기 바란다.취업을 준비하며 막연한 걱정으로 두루 취득한 것이 있다면 관련 없는 것은 차라리 기재하지 말길 권한다. 기업의 생리에는 효율성이라는 단어가 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투자대비 결과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무작정 많은 자격증 획득은 오히려 독이 된다.

셋째, 대학생으로서 당연히 어느 정도 수준의 스킬을 가질 것으로 생각되는 자격증은 별도로 따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MOS 자격증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자사제품인 MS-OFFICE를 가지고 그 활용도를 자격증화한 것이다. 워드, 스프레드쉬트, 프렌젠테이션의 세 가지 도구 활용은 이제 기업이나 대학에서 기본중의 기본이다.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꼭 해두어야할 업무 스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자격증은 국가자격, 국가기술자격, 공인민간자격, 등록민간자격 등으로 분류되며 을 합해서 그 종류도 무려 30,000여개에 이른다.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 즐비하다. 민간자격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까다로운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을 대상으로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 주머니를 터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세상 물정모르고 자격증에 덤벼들지 말길 바란다. 구체적인 종류들은 산업인력공단의 자격증 홈페이지(http://www.q-net.or.kr)를 참고하기 바란다.

 

대학가에서 취업 스펙으로 등장하는 자격증의 분류와 의미

(1) 대학졸업생에게 최소한 검정이 필요하고 기업이 찾지만 의미가 퇴색된 경우

- 토익,토플 등 영어점수와 일본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등급이다. 요즘은 그 점수나 등급과 실제 사용능력과는 상관관계가 많이 낮아진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별도로 시험을 치르거나 확인 과정을 추가하는 것이 여의칠 않아 그대로 참고는 한다. 워낙 기본사항이라 대학생 때 점수자체를 체크해 보지 않는 것은 사회진출의 준비 불량이나 게으름으로 비친다.

(2) 기술관련 자격증이로 측정에 시간과 돈이 들고, 자체만으로 신뢰도가 높은 경우

- 국가기술자격, 국가전문자격으로 기술이나 기능 점검이 직접 할 필요가 많으나 비용이나 시간으로 여의칠 않고 자격증자체가 권위가 있다.

(3) 예전에 유효했으나 이제는 대중화되어 의미가 없어진 경우

- 운전면허, 타자 급수자격증, 인터넷 검색 자격증, 비서자격증,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등이 해당된다. 단, 타자나 비서 등은 정부기관의 행정부서 취업에는 필수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 특별히 물류회사, 중장비 회사, 특수자동차 회사 등에 도전하며 운전 1종 대형, 1종 보통, 1종 특수 운전면허를 가진 경우는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4) 특별한 목적의 자격증으로 입사후에 쓰임새(회사 업무 필수)가 있는 경우

- 품질관리, 식스시그마, 소방방재, 소화물 관리, 기술,기능 자격 등으로 특정 업무나 회사에 필요하면 즉각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이다. 회사 내부에 일정인원을 두도록 의무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최근에는 COS(Coding Specialist), COS Pro(Professional Coding Specialist)와 같은 자격은 아직 그 유용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기술이나 세상의 변화로 계속 생겨나고 있다. 조심스럽게 따져보고 취득하는 것이 좋다.

(5) 공공부문에서 기본 사항으로 요구하는 경우는 있으나 기업에서는 의미가 없는 경우

- 한국사자격, 한자자격, 심리상담사, 독서심리상담사, 아동독서지도사, 독서논술지도사, 국제무역사, 무역영어, 유통관리사, 물류관리사, 원산지관리사 등 주로 민간자격이 해당하며 약25,000여개를 상회한다.

- 학교교내 광고문이나 신문,TV방송 등의 언론에 광고로 끼여있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쓸데 없이 당하는 피싱에 걸려드는 것이다.

(6) 취득이 어렵고 귀한 것으로 기업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

-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변리사, 약사 등이 해당된다.

- 특별한 사업 목적을 가진 기업이나 직무에서 힘이 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이 글의 첫부분에서 언급한 경우, 약사의 경우는 제약회사, 변리사의 경우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흔치는 않고, 지금 당장 특허관련 사무실의 처우가 월등한 경우), 변호사가 기업의 법무실 지원, 회계사,세무사는 회계부서로 지원하는 경우이다.

-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인원이 넘치고 경쟁이 치열하게 되면 자격증에 안주한 경우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가 있다. 개업의사인데 경쟁력이 없는 경우,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가 일자리를 못찾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힘든 세월을 지나간다. 정신차리고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