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간판 제약사들이 다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사업역량을 앞세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27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연구개발 성과로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또 한미약품은 비대면 영업과 온라인 심포지엄 등을 진행해 지속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 유한양행 마일스톤 수령 및 계약금 인식 일정. 출처=현대차증권

유한양행 믿는 구석 '기술료'

유한양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문의약품(ETC) 매출 하락으로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3229억원, 영업이익은 7.9% 증가한 66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대형 종합병원의 ETC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다. 지난 1분기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만성질환자들의 상급병원 방문이 줄어들면서 ETC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환자가 코로나19 사태로 상급 병원이 아니라 거주지 근처의 의원급 병원을 방문할 경우 제네릭으로 처방이 변경될 수 있어 ETC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특허 만료된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제네릭 출시도 ETC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다. 기술료 수취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얀센에 약 1조 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 개발 진행에 따라 약 432억원의 기술료를 수령할 예정이다. 이중 약 70%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마일스톤 수령은 얀센이 개발한 EGFR/c-MET 이중항체(JNJ-372)와 레이저티닙의 병행투여 임상 2상이 개시됐음을 의미한다. 향후 개발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추가 기술료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의약품 처방 감소가 반영되는 2분기부터 의약품 신규도입, 기술료 유입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 2020년 한미약품 주요 이벤트. 출처=NH투자증권

한미약품, ETC 매출 굳건…신약 개발 순항

한미약품은 코로나19 여파로 내수보다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해온 북경한미약품이 직격탄을 맞았다.

SK증권에 따르면 북경한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내내 병원 영업을 거의 하지 못하면서 두 자릿수 매출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 시 실적은 2분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 존재한다"며 "1분기 영업이익은 매출액보다 좀 더 큰 폭의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의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734억원, 영업이익 2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영업활동이 어려워져 신규처방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따라서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한미약품은 만성질환 ETC 품목에 대한 처방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1분기 실적 부진을 다소 덜어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고지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의 1분기 처방액은 각각 228억원, 204억원으로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5.1% 늘었다. 같은 기간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은 104억원으로 39.3% 급증했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경구용 항암 신약 ‘오락솔’ 등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롤론티스’는 올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롤론티스가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획득할 경우 한미약품은 1천 만 달러의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한미약품의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도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까지 진행하는 연구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모멘텀을 기대할 만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