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질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간 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문화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도 매우 낯선 상황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문화를 제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목마름이 지속되니, 대안으로‘방구석 콘서트’,’자택 발코니 연주’,’유튜브 합주’등 새로운 문화형태가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방구석 공연중의 하나인 서양의 오페라와 우리의 판소리를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일원적-다원적 시간문화’를 통해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오페라는 잘 아시듯이, 음악을 중심으로 문학, 미술, 연주, 무용 등이 결합된 종합적인 무대예술입니다. 오페라의 등장 인물들은 대사를 독창, 중창, 합창 형식으로 음악에 실어 청중에게 전달하며, 음역대에 따라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누어집니다. 특히 합창부분에서 성별과 음역대별로 배치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대단원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어 냅니다.

오페라는 시간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일원적 시간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문화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일원적 시간 (Monochronic Time, M-Time) 문화’에서는 시간을 직선으로 생각하며, 한번에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직선상에서 구획화된 마인드를 가진 이 일원적 시간문화에서 사람들은 한번에 한가지 일, 한가지 기능에 집중하는 싱글태스커 (Single-tasker) 성향을 보이지요. 마치 오페라의 다수 출연진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하여 전체극의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말이죠.

이 문화권의 비즈니스맨들은 정해진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정기간의 업무 어젠다를 세팅하고, 그와 관련한 시간 스케줄링을 하며 수립한 스케줄링을 준수하여 업무를 진행합니다. 또한 이들에서 있어 ‘시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에 비즈니스 상대방과는 매우 신중하게 시간약속을 합니다. 사업상의 약속은 한번에 한 사람씩 차례로 만나며, 시간준수나 사업상 약속에 대한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죠. 영-미의 앵글로색슨계 국가들, 스위스, 독일 등 북유럽국가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이 시간문화에 속합니다.

반면에, 한국의 판소리는 “One Man Opera (1인 오페라)”라 불립니다. 보통 한 사람의 소리꾼이 북을 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춰 몸짓을 해가면서, 소리(창)와 말로 긴 이야기를 풀어 나가죠. 서양의 오페라나 합창곡과는 달리, 판소리에서는 소리꾼 한 사람이 주어진 판소리 이야기에 여러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역할을 거의 전부 소화합니다. 정말 경이로운 ‘모노드라마 (Monodrama)’이자 멀티태스킹 사례입니다.

이처럼 판소리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소화하고 동시에 처리하는 한국인들의 다원적 시간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다원적 시간 (Polychronic Time, P-Time) 문화’에 속한 사람들은 곡선이나 나선형의 시간 개념을 보유하고 있어, 보통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거나 활동에 관여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야말로 멀티태스커 (Multi-tasker)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다원적 시간문화 그룹의 비즈니스맨들은 관계지향적이며, 상대방과 얼마나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느냐에 따라, 시간적 허용과 비중에 차이를 보입니다. 즉, 개인적 신뢰와 관계형성이 깊은 상대에게는 양적인 시간에 개의치 않고 업무시간 외에도, 함께 저녁을 먹고 심지어 주말에도 친목모임을 하며 사적인 시간도 기꺼이 비즈니스를 위해 쏟아 붓습니다. 이들에게 시간은 제한된 자원이라기 보다는 연속성 있고 자연 발생적이며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의미로 인식되며, 주로 남유럽, 아시아, 남미 국가들이 이 시간문화에 속합니다.

방구석 공연으로 힐링을 하는 요즘입니다. 힘든 시기이지만 그래도 우리 국가별 문화 차이를 이해하며 품격있게 비즈니스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