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점심 시간인 12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임형택기자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경제성장률 2.1%에서 1.8%p 하락한 수치다. 연구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 경기 반등세가 중단되고 다시 경기가 침체하는 더블딥(double-dip, 경기재침체)에 들어선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올 1분기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3%(2008년 4분기, 전기대비)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1.4%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발간한 '2020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가 급증한 유럽·미국 등 주요국과 국내에서 경제 심리가 위축, 경제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한 결과 이같이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경제 심리 위축 및 경제 활동 제약 등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감염자는 2020년 4월 현재 247만 명 이상이며, 더 큰 문제는 확산 지속 기간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 및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수준을 넘어 엄격히 금지하는 대책까지 시행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중국의 소비 및 생산 위축이 전 세계로 전염되면서 중국 및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구매 중단 및 중간재 조달 차질 등으로 인한 세계 교역 둔화 및 제조업 생산‧투자 부진 등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유럽 및 미국 등 세계 주요 소비 시장에서의 민간 소비 활동 위축이 전 세계적인 수요 충격으로 이어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IMF는 올 4월에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최근 중국과 세계 경제 둔화 및 원유 수요 부진 등으로 국제유가 전망치 하향 조정됐다. 지난 22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3.8달러까지 하락, 두바이유도 같은 날 배럴당 13.5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둔화 및 원유 수요 부진 등으로 국제유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경제 활동에 큰 제약이 발생했다. 지역 감염으로 사업장이 폐쇄되는 사례가 늘고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다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강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 괄호( )는 2019년 12월 당시 전망치. 자료 : 실적치는 한국은행, 2020년 전망치는 현대경제연구원.

이에 연구원은 국내 2020년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0.9%, 하반기 1.4%, 연간 0.3%로 전망했다. 전반기의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를 기록한다면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 상반기의 -1.5%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민간소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활동 위축 및 소비자심리 악화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집행 및 향후 공공일자리 사업 확대 등은 민간소비의 하방 압력을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연구원은 2020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상반기 –2.3%, 하반기 1.6%, 연간 –0.3%로 전망했다.

국내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에 대한 수주와 착공 및 인허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규제 정책 지속 등으로 민간 부문 건설투자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0년 정부 SOC 예산 증가 및 ‘한국판 뉴딜’ 정책 등에 의한 토목/공공 건설의 큰 폭 증가, 건설투자 증가율의 플러스 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비 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 세계 경기 침체 및 대외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증가율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 이후 미국, 유럽 국가 내 확진자가 급증하여 2분기 수출증가율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상수지는 유가 하락, 여행서비스 지급액 감소 등 경상수지 증가요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상품수지 부진으로 인해 흑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물가의 경우 기존에는 2019년 낮은 물가상승률의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 상승 폭은 확대가 전망됐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급자 측 물가 하락 압력이 확대,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자 측 물가상승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감소하고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감소하면서 취업자수 증가를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의 고용안정특별대책 등으로 고용시장 충격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2020년 실업률은 상반기 4.3%, 하반기 3.5%, 연간 3.9%, 신규 취업자수는 상반기 9만 명, 하반기 4만 명, 연간 7만 명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에 대해 "더 이상의 불안 확산 및 위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효과적인 방역 및 적극적인 경기 부양 대책이 집행되어 효과가 나타난다면 2020년 경제성장률은 0.3%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대경제연구원은 “다만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국내에서는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 여전히 진행될 경우 글로벌 수요 위축 및 국내 수출 경기 부진 지속 등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아울러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책 대응 수단을 마련하여 최근 발생한 급격한 경기 하강이 지속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저성장 고착화 탈피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