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초유의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한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규정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모든 것이 양 극단으로
코로나19가 팬데믹에 돌입하자 '부자와 서민'의 행보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소위 슈퍼리치들은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위기가 닥치자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호화로운 철옹성을 쌓았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을 강타하던 3월,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누아르무티에 섬은 유럽 전역에서 밀려온 슈퍼리치들의 은신처로 각광을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은 섬에 도착한 후 해변가로 몰려가 축제를 즐기는 한편 호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물품들을 공수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염병 감염을 우려하는 현지민들과의 충돌도 벌어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하자 플로리다나 버몬트 등에 위치한 외곽 별장으로 몰렸으며, 이들은 아예 외딴 섬을 구입하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위한 천국을 건설하고 있다. 아시아도 비슷하다. SCMP는 최근 보도를 통해 "일부 수퍼리치들이 섬 매입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인 호날두는 코로나19가 터지자 소속팀 유벤투스가 있는 이탈리아를 떠나 고향인 마데이라에 머물면서 초호화판 축제를 벌여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5월2일까지 이동제한령을 내린 포르투갈 정부의 지침까지 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슈퍼리치들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철옹성 구축에 열을 올리는 사이, 서민들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 휘말려야 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하려는 이들이 서로 다투는 사태가 벌어졌고, 총기휴대가 허용된 일부 미국의 주에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를 대량 구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13일 인도 북부 펀자브주에서는 생필품을 사려는 시크교 전통 무사 집단이 휘두른 흉기에 경찰의 팔목이 절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각 국의 대응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각 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 8조달러의 양적완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재정 집행은 유럽과 미국에 쏠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2조3000억달러 + 알파'를 준비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3000억달러 이상을 집행할 예정이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만 약 260억달러의 재정 집행을 준비하는 수준이다.

국내 경제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당장 긴급한 상황에서의 은행 대출이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집행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은 대기업 집단에 80조원이 넘는 대출을 승인했으나 개인사업자에게는 244조원 수준의 대출만 집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헙의 공포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확인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는 디지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은 코로나19를 맞아 이커머스 활용 및 정보 습득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각지대는 코로나19의 디지털 전략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 특히 온라인 개학이 단행된 가운데 관련 장비가 없어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 등 일부 기업이 이에 대한 전사적인 지원에 나섰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시험도 워킹스루다. 사진=이형택 기자

"중간을 찾아라"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무너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자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주목받은 바 있다. 월가 1% 시위가 벌어진 배경이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종말을 논하는 한편 소위 샌더슨 열풍을 끌어내며 근본적인 변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벌어진 여러가지 변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온디맨드 플랫폼, 나아가 긱 이코노미의 등장도 꼽을 수 있다. 우버의 경우 세계에서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하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2009년 탄생했으며, 실업을 일자리를 잃은 많은 이들이 온디맨드의 불린한 노동조건 속에 스스로를 던졌던 바 있다.

약 10년의 세월을 넘어 발생한 코로나19는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를 넘어서는 더 심각한 충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자본의 흐름만 통제되면 사태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는 2008년과 비교해 운신의 폭 자체가 좁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극화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며, 자본주의의 종말에 대한 논의도 더욱 거칠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 탄압의 연장선이 아닌, 자본주의의 올바른 변화와 진화를 통해 온디맨드 및 긱 이코노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나오는 한편 가장 핵실적인 문제인 양극화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미국 온라인 토론 포럼 레딧(Reddit)을 통해 "코로나19로 양극화 문제가 심해질 것"이라면서 "빈곤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어떤 상황에 처할지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