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로 벌크선 업체들이 부침을 거듭하는 가운데, 반등세 및 안정적 수익에 대한 관측이 제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벌크선 위주의 해운업체인 팬오션과 대한해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주가는 각각 4700원과 2만1000원으로 유지했다.

올해 2분기가 시작한 이달, 해상운송업계에서는 업종마다 사뭇 다른 업황이 포착됐다.

먼저 탱커(액체화물 운반선)는 유가 폭락으로 원유 저장 목적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 3월 이후 운임이 3배 넘게 급증했다. 단, 유가만큼이나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컨테이너선의 수요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악화됐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을 비롯한 해운업체들의 기항이 잇따라 취소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의) 2분기 선복량(적재 능력)은 3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보다 1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의 경우, 호조를 맞은 탱커선사들과 침체된 컨테이너선 업계의 중간 지점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벌크선 운임지수로 사용하는 BDI(건화물선 운임지수)가 3개월 만에 700p를 회복했고, 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선의 운임지수 BCI는 마이너스에서 약 두 달 만에 1000p대로 올라서면서 시황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벌크선의 운임은 지난 주 다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고운 연구원은 벌크해운의 전망을 두고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호주의 기상 악화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았던 만큼, 반등 추세로 올라서기까지 단기적 부침을 겪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그래프=한국투자증권

올해 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주가는 각각 25%와 18% 하락했다. 환경 문제로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감축 규제 'IMO 2020'로 시황은 연초부터 부진을 보였다. 이어 코로나19 확산과 철광석 감산 여파 때문에 1분기 평균 BDI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벌크선 운임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따른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벌크선사들의 주가는 항공사들보다 더 크게 빠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이런 선택에 대해 반박하는 예측이 나왔다.

최고운 연구원은 "팬오션과 대한해운 경우, 장기운송계약 덕분에 분기 300억원대의 영업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이라면, 수년간 재편을 거듭해온 벌크선 시장은 이번 상반기가 마지막 고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그래프=한국투자증권

한편 벌크선은 최근 부진 영향으로 1분기 폐선량이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하는 등 선박 공급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공급 '증가율'이 연 평균 3%였는데 감소 국면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례적인 시황 붕괴가 역설적으로 선박 해체 수요를 유도해 수급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요 증가율이 다시 공급을 상회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운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철광석 생산 회복과 중국 이연수요 발생 등으로 시황이 정상화되면 '폐선효과'가 운임에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1분기 (폐선량) 추세로 비추어 볼 때 연간 해체량만 전체 선복량의 2%를 넘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러한 산업 구조조정의 가속화는 앞서 회생절차를 거쳐 내실을 다져온 국내 선사들에 있어 경쟁사와의 격차를 다시 좁힐 수 있는 호재다.

최고운 연구원은 "팬오션은 부채비율이 50%대에 불과한 데다가 원가 경쟁력 역시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대한해운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 이슈를 둘러싼 잡음이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소강될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최대주주인 SM하이플러스가 대한해운의 주가 부양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