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포스코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황 둔화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포스코는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익이 7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41.4%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14조5458억원, 4347억원을 기록해 각각 9.2%, 44.2% 줄었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1분기 7.5%에서 올해 1분기 4.8%로 떨어졌다.

현대제철 또한 영업익이 전년대비 적자전환하며 부진한 성적을 알렸다. 이날 현대제철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6680억원, 영업손실 297억원, 당기순손실 115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8%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양사는 이날 모두 경기 침체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 중국산 철강 재고 증가 등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당초 철강업계는 원재료 자격과 자동차를 비롯한 전방산업 안정화로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철강 수요가 대폭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대 철강 수요처인 자동차 생산 기지는 셧다운 상태고, 경기침체로 선박·건설 등 다른 산업의 수요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계는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1~2월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량 증가에도 수요는 줄면서 중국 철강 재고는 지난달 13일 기준 총 2601만톤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5.9%나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실적 악화의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산업은 경기 흐름과 직결된다. 경기가 살아나야 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의 투자도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제로에 근접한 상황이다. 당분간 업황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톤당 85달러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철광석 가격도 악재다. 

실제 김광무 포스코 철강기획실장(전무)은 컨퍼런스콜에서 “각 국가별 락다운이 시작되면서 총 10개 해외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2분기 손실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상무) 또한 “현재 수출 비중이 45%정도 되는데 이 중 미주와 유럽에서 각각 10% 판매를 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판매 물량 감소가 심하고 인도도 5월 초까지 타격이 심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함영철 현대제철 영업본부장(전무) 또한 자사의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 하반기까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연간 판매 목표량 대비 7~8% 가량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2분기말에서 3분기 초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어 이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2분기에도 제품 판매가 줄고 판매가격이 떨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보고 올해 매출액과 투자액을 낮춰 잡았다. 

포스코는 별도 기준 매출액 전망치를 29조9007억원에서 25조2458억원으로 정정했다. 조강 생산량은 당초 3670만t에서 3410만t으로, 제품 판매량은 3500만t에서 3240만t으로 각각 하향했다. 투자비는 별도 기준 4조1061억원에서 3조2296억원으로 축소했다. 

현대제철 또한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올해 1조3000억원으로 계획했던 투자규모를 하향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안전, 환경 등의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보안투자 및 기타 설비개선 부문에 대해서는 투자를 지연한다. 

양사가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는 올해 3분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중국 외 지역의 락다운이 3분기 이후부터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풀리면 소비심리가 개선돼 철강 제품의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에서 소폭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늦춰진 중국 양회에서 발표날 재정정책에 경기부양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한 완성차 업체들이 3분기 가동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돼 3분기 중반부터는 판매량 회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3분기 예상대로 전방 수요가 회복돼도 실적 회복 속도는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재고가 늘어난 상황에서 가파른 가격 상승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위기 대응 차원의 고강도 대책 실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산·판매 활동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생산 관련성이 적은 간접비용의 극한적 절감, 투자 우선순위 조정 등을 이어나간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영업을 강화하는 등 고객 수요에 밀착 대응해 고부가 제품 판매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어 경영 위기에 맞서 사업개편 추진과 원가절감은 물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